런던 지하철 뱅크역
2011. 8.
영어 단어 뱅크(bank)는 보통명사이면서 고유명사다. 뱅크가 지명으로 쓰일 때 런던 템스강 북단 제방(bank) 옆 은행(bank) 거리 뜻한다. 뱅크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이 고색창연한 옛 자태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지금은 이웃한 카나리 워프(Canary Wharf)로 많이 옮겨가긴 했지만 한때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밀집해있던 동네였다. 런던에서 일할 때 런던지하철 붉은색 라인, 센트럴 라인을 자주 이용했는데 이름처럼 런던 시내 요지를 두루 거치는 노선이고 뱅크라는 지하철역도 거친다. 지하철 안내방송이 '다음 역은 뱅크, 뱅크입니다.'라고 안내할 때마다 이곳이 오늘날 세계 공용어로 대접받는 영어의 고향, 곧 영국하고도 런던이려니 했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뱅크라는 곳이 어떤 동네인가 궁금해서 뱅크역에서 내렸는데 지하철 출입구가 라이프(Life) 사진집에서 본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 폭격을 피하려고 지하철 역으로 모여든 런던 시민들을 담은 사진 속 런던 지하철 출입구 모습과 똑 같았다. 지하철 출입구가 방공호 출입구 같았다. 가파른 지하철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나가보니 눈 앞에 영국 중앙은행이 버티고 서 있었는데 그날 따라 구름이 낮게 깔려 흐린 런던 하늘 만큼이나 오래된 석조건물이 더 칙칙하게 느껴져 못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