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퍽 펠릭스토우
Felixstowe, Suffolk, UK

2010. 12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통칭 개신교라 불리는 교단과 그 교인을 칭하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부정적인 생각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한편 그게 어디 종교의 문제이며 교리의 문제인가? 종교를 내세우고 교리를 내세우나 실은 배타적 기득권과 탐욕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국민학교 때 그분의 신실한 어린 양인 급우의 전도를 받아 나는 한때 대한기독교장로회에 소속된 도시 변두리 작은 개신교회 주일학교에 다녔다. 돌이켜보니 교세를 뽐내는 큰 교회는 아니었지만 그렇다 하여 제 성전도 없이 셋집을 전전하는 가난한 교회도 아닌 그야말로 그분의 선한 양들이 모여 선하게 신앙을 지켜가는 그런 교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주일학교에 다닐 때 처음 맞은, 어린 나로서는 그 깊은 뜻을 알 수 없었지만 신자들이 가장 큰 명절로 치던 예수께서 태어나신 날 성탄전야 예배 장면도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예배 중 내가 그때까지 본 가장 예쁜 여자 아이가 제단 앞으로 나와 오르간 반주에 맞춰 「그 맑고 환한 밤중에」를 불렀던 것이다. 이제는 그 노래가 유명한 미국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때 어린 마음에는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께서 탄생하실 때 분명 그 하늘 아래 「그 맑고 환한 밤중에」가 울려 퍼졌을 것이라 믿었다.

오늘 간단한 문구를 사려고 다이소에 들렸는데 바야흐로 매장 내에 캐롤이 울려 퍼지기로 못 찍은 옛 사진과 바로 그 노래, 「그 맑고 환한 밤중에」(It Came Upon The Midnight Clear)의 피아노 연주곡이 생각나 남겨보는 잡문인데 이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날 이 나라 개신교의 문제는 오직 기도빨로 살아 온갖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면서 오직 기도빨로 하루 하루 저지르는 갖은 죄 사함까지 받아 죽어서는 천당 갈 티켓까지 거머쥐겠다는 예수께서 기겁을 하시고야 말 그 교인을 칭하는 사람들의 탐욕이 문제이지 그 교단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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