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 성공회 강화성당
Ganghwa Anglican Church, Ganghwado Island, Korea
2010. 2. 27.
연휴 중 1900년에 건축된 한옥 성당 성공회 강화성당을 찾아가 봤다. 강화성당은 밖에서 보면 팔작지붕을 얹은 2층 기와 건물로 보이나 실내는 통층 구조로 되어 있어 천장이 높아 종교건물 특유의 장중한 맛을 살렸다고 한다. 큰 건물은 아니나 강화읍성 내 전망이 좋은 언덕 자리를 잡아 언덕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꽤 큰 건물처럼 느껴지니 이 건물을 만든 사람들의 세심한 고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토요일 성당 내부는 잠겨 있어 실내를 자세히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현관 유리창 너머로 쳐다본 성당 내부는 짙은 갈색의 목제 제대 의자들이 가지런했고 흐린 날씨임에도 빛이 잘 들어 실내를 그럭저럭 살펴 볼 수 있었으니 채광에도 세심한 신경을 쓴 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성공회 강화성당은 역사 유물일 뿐 아니라 지금도 미사를 올리는 그 쓰임이 충분한 건물이다. 다만 영국 국교 교단인 성공회가 우리나라에서 그 교세를 넓히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강화성당에서는 제의가 계속되고 있으나 교인들의 발길이 한산한 성당임을 감출 수는 없었다. 성공회 강화성당 건너편 언덕에는 몽골 침략시기 고려의 도망 정부가 궁궐을 지었던 고려궁지가 있고 그 아래에 천주교 강화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또한 아름다운 건축물이었지만 한옥의 아름다움을 멋지게 잘 살린 성공회 강화성당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성공회 강화성당 입구에 붙은 주련(柱聯) 같이 삼위일체이시며 만유의 진원이신 천주님은 공평하셔서 천주교당에는 신자를, 성공회교당에는 관광객을 골고루 내리시는가 보다. 자녀들이 다툼을 벌인다 한들 천주님의 눈에는 풀밭으로 이끌 어린 양들이기에 매 한가지 아니겠는가? 단청을 한 성공회 강화성당 본당 뒤 제법 너른 공간을 두고 회벽을 바른 한옥이 단정하게 서 있는데 조선 후기 사대부를 표방한 행세 꽤나 한다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한옥건물이라 처마 십자가 표시만 없었더라면 근처 강화도 아무개 진사댁 고택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싶었다. 이 역시 성공회 성당 신부님이 기거하시는 곳이라 유추할 수 있었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그 곁에는 붉은 벽돌 건물 두 동이 서 있었는데 함석 재질로 생각되는 연두색 지붕을 얹고 있었다. 그 생김이 전에 본 적이 없으리만큼 특이하고 너른 창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장식되어 있어 성공회 성당의 부속건물임을 유추할 수 있었으나 여기서도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성공회 강화성당 인근 가까운 거리에 고려궁지와 조선 25대 임금 철종(哲宗)이 임금이 되기 전 기거했던 용흥궁 등 여러 사적이 산재해있고 이 유적을 탐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지 강화군청에서 2008년에 이 유적들 가운데 많은 예산을 들여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특히 공원에는 너른 주차장과 깨끗한 화장실이 들어서 이곳을 찾은 사람에게 큰 편익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공원화 기념비에 의하면 백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한다. 참 비싼 화장실, 비싼 주차장을 공짜로 쓰는 셈이다. 성공회 강화성당을 보고 가까이에 있는 고려 궁지 앞까지 걸어갔는데 그 앞에는 방학을 맞아 멀리 울산에서 역사 탐방을 나온 초등학생들로 만원이었다. 고려궁지에 들어갈 생각이 나지 않았던 이유는 입장료를 따로 받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인천 강화도 성공회 강화성당
Ganghwa Anglican Church, Ganghwado Island, Korea
2010. 2. 27.
BGM: Terrace Wind by Haneda Ryo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