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노어 포트스큐 브릭데일의 일러스트레이션: 그녀는 메일 시튼,  메리 비튼, 메리 카마이클 그리고 나를 거느렸네

Illustration by Eleanor Fortescue-Brickdale, She had Mary Seaton, and Mary Beaton, And Mary Carmichael, and me, 1919

 

「메리 해밀턴」 혹은 「네 명의 메리」라고도 알려진 스코틀랜드 민요는 16세기 스코틀랜드 궁정에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야사(野史)도 못 되는, 야담(野談)이라 불러야 어울릴 이야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와 같은 민초들의 심금을 울리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이어지는 이야기는 책 속의 역사가 아니라 구중궁궐의 야담 같은 이야기가 아니던가? 이 궁중야담에 등장하는 네 명의 메리 모두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Mary Queen of Scots)의 시녀였다 하며 그 중 메리 헤밀턴(Mary Hamilton)이라는 시녀가 야담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실제 사료에는 여왕의 시녀 중에 메리 해밀턴이라는 이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한다. 야담과 민요라는 것이 당연히 그러하겠지만.

 

노래가 전하는 이야기로는 여왕의 시녀 메리 헤밀튼이 여왕의 남편이자 영국 스튜어트 왕가의 혈통이었던 단리 공작(Lord Darnley)의 아이를 임신하였다고 한다. 임금의 씨를 잉태한 무수리가 그 길로 비빈의 반열로 신분이 수직 상승하여 벼락 출세를 하게 되는 우리 조선왕조실록 속의 이야기와는 반대의 경우가 되니 여왕 남편의 아이를 잉태한 무수리 메리 헤밀턴은 당연히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이 스캔들을 덮으려고 출산한 아기를 아이를 조그만 보트에 태워 먼 바닷가로 떠내려 보냈다고 하며 그냥 낳은 아기를 몰래 죽여버렸다는 버전도 따로 전한다. 더구나 메리 여왕과 단리공작의 아들이 평생 독신의 여왕이었던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왕위를 이은 제임스 6세였으니 메리 헤밀튼이 단리공작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골육상쟁을 마다 않는 궁중의 권력 다툼 속에 보통 큰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튼 노랫말처럼 메리 헤밀튼이 단리공작의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궁중에 퍼졌고 결국 여왕의 귀에까지 들어가 여왕의 진노를 산 나머지 메리 헤밀턴은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 ‘네 이년 니 죄를 니가 알렸다, 저년의 주리를 더욱 틀어라!’고 여왕이 벼락같이 소리치는 지독한 문초의 과정을 거쳤으리라. 이 스코틀랜드의 구전 민요는 19세기에 미국의 프랜시스 제임스 차일드(Francis James Child)라는 사람에 의해 채록되었고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다 1960년 미국 포크 가수인 조안 바에즈(Joan Baez)에 의해 불려져 널리 대중화되었다. 대개의 야담과 민요가 그러하듯 「메리 해밀턴」 도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스코틀랜드의 왕궁이 있는 에든버러 버전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무슨 까닭인지 특이하게도 조안 바에즈가 택한 버전은 글래스고 버전이라 한다. 이 민요의 멜로디는 우리나라에서는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노래로 잘 알려졌는데 애초에 민요에 우리 말 가사를 붙여 부른 곡이라 조안 바에즈도 그렇고 양희은도 그렇고 원곡의 저작권은 달리 신경 쓰지 않아도 까딱없었으리라. 아무튼 우리말 노래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도 원곡 「메리 해밀턴」 의 분위기는 시종 침울하고 가사는애절하다. 여왕의 발을 씻겨주고 머리에 금장식을 얹어주던 시녀 메리 해밀턴은 그 여왕에 의해 교수대에 서서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를 그리며, 비참한 죽음을 맞은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고, 자신을 죽음으로 내 몬 여왕과 그녀의 남편을 원망하고 있다.

 

메리 해밀턴을 교수대로 보낸 스코틀랜드의 여왕도 훗날 결국 왕위를 잃고 영국으로 쫓겨나 그곳에서 역시 교수대에 올라 목숨을 잃었다. 메리 여왕을 왕위에서 내쫓고 사형시킨 또 다른 여왕이 바로 그 유명한 엘리자베스 1세였는데 그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사람은 메리여왕의 아들 제임스 6세였으니 참 기구한 운명들이다 싶다.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이 노래는 한편으로 그 시대 권력을 둘러싼 음모를 빗댄 교묘한 풍자곡으로 들리기도 하고 그 음모의 와중에 덧없이 목숨을 잃었던 수많은 가련한 민초들을 위한 조곡으로도 들린다. 읽으시는분들을 위해 노랫말을 소개하려고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졌는데 딱히 마땅하게 번역된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직접 노랫말을 우리 말로 옮겨보았는데 제대로 그 뜻을 옮긴 것인지 자신하지는 못하겠다.

 

 

 

Word is to the kitchen gone
And word is to the hall,
And word is up to Madam the Queen
And that's the worst of all,
That Mary Hamilton's born a babe
to the highest Stuart of all
소문은 부엌으로 번지고
소문은 궁정으로 번져서
여왕의 귀에도 들어가
걷잡을 수 없었네
메리 해밀튼이 아이를 낳았다고
고귀한 스튜어트 왕통의 아이를

"Arise, arise, Mary Hamilton,
Arise and tell to me,
What thou hast done with thy wee babe
I saw and heard weep by thee?"
일어서라, 일어서 메리 해밀튼
일어서 내게 고하여라
너의 갓난 아이를 어떻게 하였느냐?
내가 보고, 내 귀에 울음이 들렸느니

"I put him in a tiny boat,
And cast him out to sea,
That he might sink or he might swim,
But he'd never come back to me."
그 아이를 조각 배에 실어
먼 바다로 띄워 보냈사옵니다.
물에 빠질지 헤엄쳐 살아날지
두 번 다시 제게 돌아오지 않겠지요

"Arise, arise, Mary Hamilton,
Arise and come with me;
There is a wedding in Glasgow town
This night we'll go and see."
일어서라, 일어서 메리 해밀튼
일어서 나를 따르라
글래스고에 결혼식이 있단다
오늘 밤 우리 함께 가 보구자나

She put not on her robes of black,
Nor her robes of brown,
But she put on robes of white,
To ride into Glasgow town.
그녀는 검은 예복을 입지 않았고
갈색 예복도 치워버렸네
오히려 새하얀 예복을 입고
글래스고로 가는 길에 나섰네

And as she rode into Glasgow town,
The city for to see,
The bailiff's wife and the provost's wife
Cried, "Ach, and alas for thee."
말에 실려 글래스고 시내로 들어갈 때에
온 도시가 쳐다봐
행정관 부인과 시장 부인이 외쳤네,
"어쩌나, 가엾어라!"

"Ah, you need not weep for me,"
she cried "You need  not weep for me;
For had I not slain my own wee babe
This death I would not dee."
"아, 저를 위해 울지 마세요."
그녀는 말했네 "저를 위해 울지 마세요.
제가 낳은 제 아이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죽지 않았을 걸요."

"Ah, little did my mother think
When first she cradled me,
The lands I was to travel in
And the death I was to dee."
"아, 어머니는 몰랐지.
나 어려서 요람을 흔드실 적에
내가 어디로 가게 될런지
그리고 어떤 죽음 맞게 될런지."

Then by and come the King himself,
Looked up with a pitiful eye,
"Come down, come down, Mary Hamilton,
Tonight you'll dine with me."
그때에 왕이 납시어
가엾어 물끄러미 올려다보네
"내려오련, 내려와, 메리 해밀튼
오늘 밤 저녁 자리에 나와 함께 앉으렴"

"Ah, hold your tongue, my sovereign liege,
And let your folly be;
For if you'd a mind to save my life
You'd never have shamed me here."
"아, 그런 말씀 마세요,
존엄하신 전하, 정말 덧없는 말씀
제 목숨을 구하실 마음 있었다면
이 치욕으로 저를 밀어 넣지 않으셨겠죠."

"Cast off, cast off my gown," she cried,
"But let my petticoat be,
And tie a napkin 'round my face;
The gallows I would not see."
"벗기세요, 제 예복을 벗겨 가세요.
속치마만은 그냥 두세요
수건으로 제 얼굴을 둘러 묶어 주세요.
교수대를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Last night I washed the Queen's feet,
And put the gold on her hair,
And the only reward I find for this,
The gallows to be my share."

"어젯밤 나는 여왕님의 발을 씻겨드리고
머리칼에 금장식을 얹어 드렸네.
그 대가로 받은 것은 이것뿐,
교수대가 바로 나의 몫이네."

"Last night there were four Marys,
Tonight there'll be but three,
There's Mary Beaton, and Mary Seaton,
And Mary Carmichael, and me."
"어젯밤엔 메리가 네 명이었는데
오늘 밤엔 셋밖에 남지 않겠네
메리 비튼, 메리 시튼,
메리 카마이클과 나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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