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 범어사
2017. 2. 17.
풍수(風水)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우리나라의 유명한 절을 찾을 때 마다 참 좋은 자리, 길지(吉地)라고 하는 곳에 터 잡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승려들의 수행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 잡되 중생 교화를 위해 도시 사람들이 큰 수고로움을 들이지 않고 찾을 수 있는 자리, 사방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하루 종일 볕이 도는 자리 그리고 가까이 장한 계곡을 끼고 있어 상수와 배수 확보가 확실한 자리, 이런 특성들은 내가 본 우리나라 이름난 절들 거의 모두 공유하고 있는 특성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풍수라는 개념이 서구 지리학에서 말하는 입지(geographical conditions)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 년에 몇 차례, 특히 연휴가 이어지는 명절 때만 되면 행정명으로 부산광역시 금정구에 위치한 범어사(梵魚寺)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 또한 그 절이 풍수적으로 좋은 자리에 터 잡고 있어 그곳에서 늘 치유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유려한 산세를 구경할 수 있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따사로운 햇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에서 심신이 치유 받는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지난 해 설 연휴 금정산 산행 중 범어사에서 담아온 사진을 보니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경사를 따라 터 잡은 일주문 격인 조계문(曹溪門), 불이문(不二門), 보제루(普濟樓) 사찰 건물 모두 중생의 마음을 치유하고 구제하려는 불가의 깊은 뜻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몰라도 파란 겨울 하늘로부터 범어사 대웅전 앞마당에 떨어지는 햇볕만 쬐는 것으로 분명 마음의 치유를 받을 것 같아서 이번 명절에도 범어사만큼은 꼭 찾아가봐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