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도시-붉은 지붕 │ 손상기 │ 1984년 │ 서울시립미술관
2017. 8.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은 『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라는 상설 전시를 열고 있다. 미술품 경매로 유명한 기업인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이 서울시에 기증한 리얼리즘 작품들로 꾸민 상설전시로 내게 익숙한 오윤의 판화, 그리고 강요배, 민정기, 박불똥, 홍성배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민중미술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이른 봄 처음 이 전시를 봤고 이번 주말 전시를 다시 봤다.
처음 이 전시를 관람했을 때도 이번에도 전시 작품들 중 내 눈을 끈 작품은 손상기의 「공작도시-붉은 지붕」이라는 작품이었다. 십여 년 전 여러 화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에서 같은 제목을 가진 그의 작품을 봤다. 공작도시는 같은 모티브를 가지고 여러 점을 반복해 그린 그의 연작이리라. 손상기는 1949년에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 척추를 다쳐 흔히 꼽추라 낮춰 부르기도 하는 척추장애인으로 살다 1988년 서른 아홉 나이로 요절했다. 전남 여수가고향으로 가난한 장애인 화가였던 손상기는 서울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아현동 굴레방길 근처에 거처를 얻어 화실을 꾸몄다고 한다. 나는 아현동 굴레방길이 정확히 어디인지 모른다. 다만 이십여 년 전 내가 서울에 정착했을 때의 마포 곧 도화동, 공덕동, 아현동 일대 풍경을 기억하고 있고 손상기의 작품 「공작도시-붉은 지붕」에서 그 풍경을 보았던 것이며 그 풍경은 내가 자란 부산 달동네 풍경이라 해도 어울렸을 것이다. 「공작도시-붉은 지붕」 외에도 질병과 가난에 고통 받아온 삶을 이어온 그의 작품은 어둡고 또 거칠다. 그의 「공작도시-붉은 지붕」을 함께 전시된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민중미술이라는 카테고리로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공작도시-붉은 지붕」은 어둡고 거칠며 또 날카롭다. 그 어둡고 거친 또 날카로운 느낌은 예술혼 같은 멋진 말보다 그가 아현동 굴레방길에서 살아온 것처럼 그리고 그가 그곳에서 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처럼 ‘나 살아 표현하고 있다’는 단순한 뜻풀이로 이해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아현동 굴레방길 위에 북아현재정비촉진지구라는 글자가 지도 위에 덧씌워져 있다. 그 또한 내 기억 속 마포 도화동, 공덕동, 아현동의 모습처럼 공작도시로 남아 사라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