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웨스트민스터 아래 템스강, 1871년, 런던 내셔널갤러리
Clude Monet, The Thames Below Westminster, National Gallery, London
템스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영국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펠리스
Thames below Westminster, Westminster, London, UK
2012. 5. 24.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일어나자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은 애국적 충정에 분기탱천했다. 부유한 집안의 미남이자 빼어난 인상파 화가였던 바지유(Jean Frédéric Bazille)는 조국이 전쟁에 휘말리자 기꺼이 자원입대 했고 스물 여덟 살 아까운 삶을 전장에서 접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다. 다른 선택을 한 화가도 있었다. 당시 스물 아홉 살이던 모네(Oscar-Claude Monet)는 전쟁을 피해 런던으로 피난 갔다. 징집을 피해 런던으로 도망갔다고 표현한 글도 봤다. 그 말이 맞다면 행불모네가 된 것이다.
전쟁에서 프랑스는 무참하게 깨졌다. 전쟁 패배로 프랑스에서 황제 정치는 영영 막을 내렸고 알자스-로렌 지방을 프로이센 곧 독일에게 빼앗겼다. 어린 시절 국정교과서에 실려있던 내 동년배들은 기억할 알퐁스 도테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바로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고 알자스-로렌 지방이다. 프로이센은 이 전쟁 결과로 독일제국을 열었으며 제국 황제의 즉위식을 점령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성대히 거행했다. 역사적 굴욕사건의 끝판왕 되겠다. 나라가 전쟁에 빠졌을 때 직업 화가인 모네는 런던 사보이 호텔(Savoy Hotel)에 머물며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 중 웨스트민스터 아래 템스강(The Thames Below Westminster)이라는 작품이 대작 대접을 받으며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걸려 있었다. 모네는 이 그림을 사보이 호텔 베란다에서 그렸다고 한다. 사보이 호텔은 성수기 하룻밤 방값 백 만원을 가뿐히 넘기는 런던 럭셔리 호텔의 대명사라 나도 오가며 한번씩 쳐다 만 봤다. 모네는 사보이 호텔에 머물며 호텔 베란다에서 런던 템스강을 그렸는데 그의 런던 피난살이가 썩 성공적이지는 못해서 로열 아카데미(the Royal Academy) 전시회에 출품했던 작품이 뺀찌를 맞았다는 글도 보인다. 그래서인지 모네 그림 속 런던은 인상적이기는 하나 한편으로 칙칙해 보인다. 원래 런던이 칙칙하기도 하다.
내셔널갤러리에 걸린 모네의 그림을 보고서도 사보이호텔에 투숙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사보이 호텔 근처에서 모네의 그림과 비슷한 앵글로 못 찍은 사진만 몇 장 찍었다. 사진은 못 찍어서도 내 사진 속 런던은 역광 속에 눈부시다. 행불모네의 런던 피난생활은 채 일년을 넘기지 못했다. 전쟁이 끝나자 슬그머니 파리로 돌아가 외곽 아르장퇴유(Argenteui)l에 자리를 잡은 모네는 거기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화사한 걸작들을 많이 남겼다. 모네는 그렇다 치고, 행불로 명성을 떨친 우리 전직 정치인 한 분은 요즘 감감 무소식이다. 행불 보온병 아저씨의 행방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