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해바라기 4번째 버전, 1888년, 런던 내셔널갤러리 

Vincent van Gogh, Sunflowers, fourth version, National Gallery, London, UK

 

가수 현철의 노래 「내 마음 별과 같이」에 “…너는 알리라 내 마음을, 부평초 같은 마음을…”이라는 소절이 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인생을 빗대어 부평초라 하던데 대체 부평초가 어떤 식물인가 검색해보았더니 개구리밥풀이라 한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개구리밥풀은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좌충우돌하는 인생을 살아오다 나이 서른에 화가가 되겠다고 그림을 배우러 파리로 간 고흐(Vincent van Gogh)는 그 파리 생활마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2년만인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를(Arles)로 갔다. 이때 고흐는 파리에서 알게 된 고갱(Paul Gauguin)을 아를에 초대하여 같이 생활하면서 화가 공동체 같은 것을 계획했는데 한때 증권 브로커로 일했고 매사 계산적이었던 고갱과 그야말로 부평초 같고 일견 괴팍한 삶을 살아온 고흐는 애초부터 공동체를 이룰 사람들로서 전혀 성향이 맞지 않아서 그 알량한 공동체는 석달을 못 버티고 고갱이 진저리를 치며 도망치듯 고흐의 곁을 떠나면서 파국을 맞고 말았다. 그러나 고갱을 아를로 초대할 때만해도 고흐는 고갱을 화가로서 존경하고 있었고 그를 맞이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 파리 시절부터 연작 형태로 그리기 시작한 해바라기 정물화 한 점을 그려 고갱이 머물 방에 장식으로 걸어두었다. 이후 사이가 틀어진 고흐가 고갱에게 면도칼을 들고 달려들었다는 설, 그리고 그 면도칼로 고흐 스스로 귀를 잘라버렸다는 확인된 사실 등 마치 호러 소설 같은 이야기가 이어져서 결국 고갱은 고흐의 곁을 도망치듯 떠나고 말았지만 고흐가 고갱의 방을 장식하기 위해 그린 해바라기에 대해서만은 고갱이 퍽 감명을 받았던지 나중에 그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는 고흐의 초상화를 상상으로 그려놓기까지 했다. 미술사에서 후기인상주의로 분류하는 고흐 작품 그리고 고흐가 이후 서유럽 미술사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나는 잘 알지도 못할 뿐 더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다만, 고흐라는 화가 한 사람만을 떼어놓고 이해할 때 대담하고 활기가 넘치는 붓질로 이글거리는 태양을 화병에 옮겨놓은 듯, 회화에 대한 내면의 뜨거운 열정을 담은 작품으로 눈이 부셔 어질어질한 「해바라기」보다 고흐라는 화가를 더욱 잘 대표하는 작품은 없다 생각한다. 오늘날 고흐의 걸작들 대부분이 아를에서 그려진 것들이고 그 대표작들 중 고흐가 살아 생전에 판매한 작품은 거의 전무하다. 팔리지도 않은 작품을 미친 듯이 그려댄 것이다. 아를에 머무는 동안의 생활비와 화구와 물감은 빈센트 반 고흐와 “영혼의 편지(The Letters of Vincent van Gogh)”를 주고 받은 동생 테오 반 고흐(Theo van Gogh)가 댔다. 그리고 그림 그리기로 자신을 태워버린 고흐는 영혼과 육신이 다 타버려 두 해 뒤 1890년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오래 전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를 감상하면서 동생이 대준 생활비와 물감을 자양분으로 고흐는 스스로를 태워 후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걸작들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잊혀졌던 옛 기억이 다시 떠올라 잡문을 남기는 까닭은 어제, “해바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다가 들은 해바라기 가득한 그림을 보다가 그대 생각에 웃음이 난 것처럼 아름다운 노래 한 곡 때문이다. 

 

고갱, 해바라기 그리는 반 고흐의 초상, 1888,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고흐의 해바라기 연작 · 모사 그림

Homages to Sunflowers Serious of Vince van Gogh

 

BGM: "Sunflower" from the Original Netflix Movie "Sierra Burgess Is A Loser"

 

1 의자와 해바라기: 고흐에 대한 오마주

A chair and Sunflowers as Homage to Vincent van Gogh, 2023. 1.

2 고갱, 해바라기 화가(고흐의 초상화), 네달란드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

Paul Gauguin, The Painter of Sunflowers (Portrait of Vincent van Gogh), 1888, Van Gogh Museum, Amsterdam, the Netherlands

3 고흐, 장미와 해바라기, 독일 만하임 쿤스트할레미술관

Vincent van Gogh, Roses and Sunflowers, 1886, Kunsthalle Mannheim, Germany

4 고흐, 해바라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Vincent van Gogh, Sunflowers, 1887,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US

5 고흐, 해바라기, 첫번 째 버전: 옥색 배경, 개인소장

Vincent van Gogh, Sunflowers, first version: turquoise background, 1888, Private collection

6 고흐, 해바라기 세번 째 버전: 청녹색 배경, 독일 뮌헨 노이에 피나코테크미술관

Vincent van Gogh, Sunflowers, third version: blue green background, 1888, Neue Pinakothek Munich, Germany

7 고흐, 해바라기 네번 째 버전: 노란색 배경,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Vincent van Gogh, Sunflowers, fourth version: yellow background, 1888, National Gallery London,

8 고흐, 해바라기 다시그린 네번 째 버전(노란색 배경), 네달란드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

Vincent van Gogh, Sunflowers, repetition of the 4th version (yellow background), 1889, Van Gogh Museum, Amsterdam, Netherlands

9 일곱 송이 해바라기

Seven sunflowers, 201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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