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 끼고 폰의 음원 폴더를 뒤져 나훈아 폴더를 열었다. 가나다 순으로 정렬된 나훈아 폴더의 첫 곡은 당연히 「18세 순이」다. 19세의 순이도 있을 것이고 17세의 순이도 있을 것인데 왜 나훈아의 순이는 18세인가? 노래를 들으며 거, 노랫말을 절묘하게 잘 만들었다 싶었다. 꺾어지며 굽이치는 나훈아의 「18세 순이」 를 따라 부르며 ‘나이는 씨팔 쉐’에 나훈아의 악센트가 꽂히는 순간마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 나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지는데 그런 내 꼴을 보는 주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았나 이 늦은 밤 잡문을 남기며 저으기 면구하기도 하다.
지난 주말에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요즘 얼굴 보기 힘든 고3 키 1미터 90센치 아들 갑자기 내게 물었다. ‘나훈아가 인기가 많았어요, 남진이 인기가 많았어요?’. 내 대답은 이랬다. ‘둘은 동등 비교대상이 아니다.’ 「18세 순이」 를 다시 들으며 아들의 질문에 대답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포스팅을 마무리 하다 보니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코스프레가 분명한 나훈아의 저 젖꼭지, 앙 깨물어 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사진을 올리는 나는 그저 민망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