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신한홍탁

SEP 2018 HUP

 

넓지 않은 나라에서 지연을 따지는 일이야말로 우매한 짓거리로 생각하나 긍정적 의미에서 나의 지역적 정체성을 묻는다면 나는 뼈속까지 부산하고도 동래 사람이다. 그런 내가 언제부터 호남의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알려진 삭힌 홍어회를 즐기게 되었는지 모른다. 아마 홍어회에 입맛을 들인 직장 동료들 때문이겠는데 음식점 멀리서부터 풍기는 그 큼큼한 냄새가 자못 거북하기는 했어도 홍어회 특유의 그 톡쏘는 맛, 세상 다른 음식으로부터는 얻을 수 없는 그 오묘한 식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곰삭은 김치와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삭힌 홍어회를 곁들여 먹는 것이 홍어 삼합의 원조요 여기에 시큼한 막걸리를 반주로 드는 것을 홍탁이라 하는데 곰삭은 김치 빼고 돼지고기 수육 빼고 막걸리 대신 소주에 고추가루와 소금을 섞은 기름장에 삭힌 홍어회한 점 찍어 먹는 것을 내가 아는 최고 별미의 하나로 치니 나는 삼합 보다 홍어회를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이 홍어회를 제대로 즐기자면 한우 사먹는 것만큼이나 비용이 만만찮다. 홍어회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홍어의 국내 어획량이 턱 없이 부족해서 이른바 국산을 고집하는 돈 많은 미식가들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국내산 홍어회를 즐기는 것이야 그렇다 치고, 어차피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홍어회가 수입산 홍어를 가공한 것일 텐데 왜 그렇게 홍어회 가격이 비싸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양식이 아닌, 어로 작업을 통해 수확한 바다 생선에 국경이 따로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 근해에서 우리 어선이 잡은 생선은 국산일까, 중국산일까? 우리 근해에서 중국 어선이 잡아 우리 수입업자가 수입한 생선은 국산일까, 중국산일까? 노르웨이산 수입 고등어와 우리 근해에서 잡은 고등어로 구워낸 고갈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선들도 태생부터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쌀국수도 레몬에이드도 역시 우리 민족이더라는, 국적 따지고 민족 따지기로 내 생각에는 이 세상 최고인 우리 국민, 우리 민족이니 생선까지 국적이 명확하지 않고 민족이 명확하지 않으면 제대로 쳐주지 않는 상황이 한우 쇠고기 등심값과 흑산도 홍어값만 올려 놓은 게 아닌가?

아무튼 가끔 잊을 만 할 때 홍어회를 생각하는, 그러나 주머니 사정이 변변찮아 비싼 홍어회 가격에 불만이 많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타겟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홍어회를 내는 가게가 여의도 한국거래소 맞은 편에 있다. 상호가 “신안홍탁”이다. 시큼한 김치와 잘 삶은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삭힌 홍어회는 물론 기본기겠고, 삼합에 곁들이기에 최적인 미나리와 마늘, 오이가 푸짐할 뿐 더러 흔히 쓰끼다시로 선지해장국과 콩나물 무침, 그리고 여의도 신안홍탁의 필살기 김치전도 푸짐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맛나는 홍어회를 즐기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술 꽤나 즐기는 주당들이라면 한 사람 당 3만원, 술 그다지 즐기지 않으시는 분들이라면 한 사람 당 2만원 정도면 족하다. 이 블로그에는 음식에 관한 잡문이 더러 올라있기는 하나 딱히 상호를 명시하지는 않지만 나처럼 주머니 사정이 변변찮은, 그러나 합리적 가격에 홍어회를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정보공유 차원에서 못 찍은 사진 몇 장과 함께 업소를 소개하는 잡문이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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