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태산인데 일 하기가 너무 싫어서 검색에 눈을 두다 술꾼의 눈에 「혼자여도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간다」라는 제하, 「낭만 술꾼 김작가가 강추 하는 저렴한 혼술집 4곳」라는 부제가 붙은 기사가 보였다. 오랜 세월 그리고 평소 혼술을 좋아하기로 심지어 마음 속으로는 원조 혼술족을 자처하기로 기사를 자세히 읽으니 강추까지는 좋아도 저렴한 곳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언뜻 보아 매력적으로 보이는 치마 입은 젊은 여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장면을 정면으로 담은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을 보면 기사를 가장한 광고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기사에 쓰여있는 대로 그 또한 혼술 아재들의 실현 불가한 로망 아니겠는가? 하지만 추천인지 광고인지 모를 기사를 읽으니 사진 때문이라기 보다 다음 글 때문에 경의선 땡땡거리에 있다는 그 집, “한잔집”에서 혼술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 혼자만의 시간이 무료하다고? 페인트 대충 발라놓은 벽을 보라. 낙서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한 문구들이 여러 필체로 빼곡하다. 한 문구에 눈이 갔다. ‘별일 없으면 술만 마시며 살고 싶다. 있는 힘껏.’ 이 세상 모든 한량의 로망일 것이다.
별 일 없으면 나도 있는 힘껏 술만 마시며 살고 싶은데 별 일이 참 많다. 2017
(*) 기사를 쓴 사람의 예명이 "김작가"인 모양인데, 그나저나 요즘 "작가"를 스스로 칭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박작가"라고 못 쓴 글에, 못 찍은 사진에 딱 박아 놓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스스로 계면쩍고 쪽 팔릴 뿐이라 없었던 생각으로 치고 말았다. 일상 잡사나 그에 얽힌 개인적 소회를 스스로 "작품"으로 부를 수 없으니 내가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는 아니지 않은가?
"Lately"
Stevie Wo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