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단풍잎 사이로 하오의 햇볕이 반짝이던 빼빼로 데이 가을 날에 성북동 길상사 절 구경 갔다. 10년 만이다. 그 10년 사이 자네 모습만 변한 것은 아니라며 설법전 앞 돌로 빚은 고운 관세음보살님 얼굴과 어깨에도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아 있었다.

10년 전 일행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승려 법정이 한 동안 기거하였다는 진영각 툇마루에 잠시 앉아 당시 감정가로 무려 천억 원 대였다는 길상사 부지와 건물 통째로 통 크게 시주 받은 무소유의 법정은 행복했을까 궁금했는데 부질없는 잡생각 바람결에 실어 보내라며 관세음보살님이 일으킨 바람인지 진영각 돌담 너머로 가을바람 소슬하니 불어 왔다.

절 구경 잘 하고 내려가던 길에 일주문 옆 종무소에 들려 초 하나 카드결제로 사서 어머니 건강하심을 비는 발원 내용을 마커펜으로 적은 후 극락전 부처님 옆에 고이 올려놓았다.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한성대입구까지 걸었는데 중간에 본 천주교 성북동성당이 보기 좋아서 부자 동네 성당이라 때깔이 곱구나 싶었다.
성북동 길상사
三角山 吉祥寺
Gilsangsa Buddhist Temple, Seongbuk-dong, Seoul, Korea
2023. 11. 11.
배경음악
Kevin Kern
Light Spr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