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서울에서 꽃무릇 구경하기 좋은 곳으로 성북동 길상사를 소개하는 뉴스를 보고 어제 길상사(吉祥寺) 가봤다. 작년 가을 고창 선운사(禪雲寺)에서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대단한 꽃무릇 밭을 봤기 때문에 길상사에 옹기종기 핀 꽃무릇을 보니 내가 이거 보러 길상사 왔나, 잠시 실망했다.

길상사 꽃무릇
길상사 길상헌 꽃무릇

그래도 이 좋은 가을날 길상사까지 왔으니 산책이나 하자며 길상사 경내를 걸었는데 날이 너무 좋아 그랬나? 걷는 동안 길상사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상큼하고 좋은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러다 길상사에 오면 왜 늘 기분이 좋아지나 그 까닭을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마 내가 불자(佛者)가 아닌데 길상사도 애초 사찰로 터 잡은 곳이 아니며 심지어는 한때 최고급 유흥업소였으니 나와 같이 쌓은 업이 많은 중생(衆生) 취향에 딱 맞는 장소라서 그런 게 아닌가, 그럼에도 길상사가 부처님을 모신 사찰 역할을 잘하고 있으니 당신 같은 중생도 불심(佛心)에 기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소이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길상사 관세음보살상
길상사 관세음보살상

법정(法頂) 스님이 기거하셨다는 길상사 진영각(眞影閣) 툇마루에 앉아 땀 좀 식히려 했더니 올 여름 지독한 무더위에 영양 섭취를 제대로 못한 모기떼들이 무더기로 달려들어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내려가다 생각하니 배고픈 모기떼들에게 내 피 한 방울 보시할 걸 그랬나, 혼자 웃었다. 2025. 9. 26.

 

서울 성북동 길상사

Gilsangsa Buddhist Temple, Seoul

 

BGM: SECRET GARDEN - SERENADE TO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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