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궁
2025. 1. 2.
조선의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은 종묘(宗廟)인데 왕을 출산하고도 후궁이라 종묘에 모셔지지 못한 일곱 후궁들의 위패를 모신 조선 왕실 사당을 칠궁(七宮)이라 한다. 칠궁은 1725년 영조 1년, 미천한 궁녀로 영조(英祖)를 낳은 숙빈(淑嬪) 최씨의 위패를 모신 숙빈묘(淑嬪廟)로 세워져 육상궁(毓祥宮)으로 승격되었다. 조선 최고 장수 왕 영조는 재위 중 어머니 위패 모신 육상궁에 무려 200여 차례나 방문했다 한다. 이후 숙종의 비가 되어 경종 임금까지 출산하였으나 권력 투쟁의 와중에 빈으로 강등 당하고 사약까지 받은 유명한 장희빈(張禧嬪)의 위패가 여기 합사되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고종 대에 다른 조선 시대 후궁 다섯 분의 위패가 함께 모셔져 칠궁이 되었다.
칠궁의 위치는 오래전 책을 보고 알았지만 칠궁은 청와대 영빈관과 같은 담벼락을 쓰고 있는 청와대 역내 공간이어서 과거에는 쉽게 구경할 수 없는 곳이었다. 칠궁이 일제강점기 일제의 조선총독 관사 자리였던 청와대 권역에 처음부터 포함되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우리 현대사의 전개와 함께 청와대 권역의 확장으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다 끝내 지랄발광으로 자폭하고만 용산 이무기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청와대를 버리는 통에 청와대는 물론 칠궁까지 언제든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서 오늘 겨울 볕이 따사로운 오후 칠궁 잘 구경하고 왔다.
배경음악: 꽃별 해금 연주 「Small Flowers Near by the Railr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