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경복궁
지금 우리 일상복은 유럽에서 유래한 양복이고 양복 중 군복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다. 바바리 코트로 알고 있는 트렌치 코트(trench coat)뿐 아니라 피 코트(pea coat), 더플 코트(duffle coat) 등이 군복에서 유래했다. 군복이 높은 기능성과 함께 남자다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현시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도 바지저고리와 두루마기 같은 전통 의상 한복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한복과 군복을 결부시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우리 역사와 함께 우리도 외침을 이겨낸 상무(尙武)의 전통이 있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의 옛 군복도 있다. 조선시대 옛 왕실행사를 그림으로 옮겨 놓은 반차도(班次圖)에 등장하는 군인들의 화려한 군복뿐 아니라 오늘 경복궁 앞에서, 덕수궁 앞에서 수문장 교대의식을 행하는 사람들이 입고 있는 조선시대 군복 철릭과 구군복(具軍服)은 어떤 한복보다 기능성이 돋보일 뿐 아니라 의상으로서의 멋 또한 일품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선의 군복과 오늘날의 한복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지 않을 뿐더러 우리 옛 군복을 이미테이션 행사에나 입고 등장하는 옛 유물 정도로 알고 있을 뿐이다.
요즘 서울의 고궁 주변이나 한옥마을 같은 곳 주변에는 한복을 대여하는 집이 성업 중이다. 한류 사극을 본 외국 관광객들이 주 고객층인 듯 하고 셀카 놀이에 심취한 우리 청소년들도 대여점에서 빌린 한복을 입고 고궁이나 한옥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며 셀카 찍기에 열심이다.
그런데 여자 한복은 그렇다 치고 남자들의 한복은 애먼 곤룡포, 익선관, 도포 자락에 엉성한 갓까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남자들에게 조선 시대 군복인 구군복을 입히고 군모인 전립을 씌우면 어떨까? 화려한 드레스 보다 예쁜 한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에게는 나폴레옹 군대의 제복보다 우리의 옛 군복을 입은 청년이 훨씬 어울려 보일 것이다. 우리 옛 군복은 멋있다.
1795년 정조의 화성 행차를 기록한 왕실기록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중 행렬을 그림으로 묘사한 반차도(班次圖) 일부분 장용대장(壯勇大將) 서유대(徐有大) 행차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