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쿨앤펀(Fun&Cool)이라고 신바람 나는 직장을 만들어 보자는 캠페인이 한창인데 회사 캠페인이라면 경영체질개선이니 사업목표달성이니 하나마나한 것들만 보아온 나로서는 신바람 어쩌고 하는 캠페인에 살짝 놀랬다. 이 쿨앤펀 캠페인 행사로 시네마 데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회사 비용으로 같은 팀 직원들끼리 영화 관람 후에 술자리까지 함께 하는 행사이며 어제 목동 CGV에서 총 22명 직원들이 참여하여 영화 『슈렉 2』(Shrek 2)를 함께 보고 영화 관람 후 호프집에서 치맥도 함께 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 영화는 일본에서 제작된 것과 미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양분되는데 그간 일본 만화영화만을 편식하던 나로서는 드림웍스(Dreamworks Pictures)에서 제작한 미국 만화영화를 오랜만에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슈렉 2』는 내가 아는 미국 만화영화 명작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스토리 라인 그리고 작화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이인 괴물 슈렉과 피오나공주가 있고 이들 사랑을 방해하는 겁나 먼(far far away)왕국의 왕이자 피오나 공주의 아버지가 있는데 반면에 둘의 이해하는 관대한 왕비가 있으며 닭살 커플의 사랑을 방해하는 느끼맨 챠밍 왕자와 요정 대모가 있는데 방해꾼들의 치사한 방해를 극복한 두 닭살 커플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이 간단한 이야기의 양념으로 수다 당나귀 동키(Donkey)의 귀여운 주접이 양념처럼 더해지고 2편의 뉴 페이스 장화 신은 자객 고양이 그리고 관객을 뒤집어지게 만드는 이 자객 고양이의 필살기도 볼거리라 할 수 있겠다. 『슈렉 2』의 또 다른 볼거리는 영화 홍보에서 본 것과 같이 스무 가지가 넘는다는 패러디 장면이라고 하겠는데 자막 보기에 바빠 그 면면을 다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영어 원어민이 봤다면 훨씬 웃기고 신나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한다. 거기에다 영화 속에서 구현된 3차원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들 뿐 아니라 에디 머피, 안토니오 반데라스, 카메론 디아즈 같은 세계적 톱스타들의 목소리 연기 또한 대단한 볼거리였다. 개인적으로 꼽는 『슈렉 2』의 명장면은 마지막 무도회장 공연에서의 요정 대모의 춤과 노래이다. 요정 대모가 대단원의 무도회에서 부르는 "Holding Out For Hero"의 장면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슈렉 2』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말라는 영화가 전하는 단순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달리 생각해보면 이게 사람의 심리를 간지럽히는 상술의 흔적이 분명하니 다소 씁쓸한 뒷맛도 남긴다. 마법에 걸렸다가 잠시 마법이 풀려서 얼짱으로 변한 슈렉과 피오나 공주의 모습을 보여준 후 다시 둘의 모습을 얼꽝으로 되돌려 버렸지만 두 닭살 커플은 행복했더라는 식의 결말은 언젠가는 또 다른 마법으로 그들이 얼짱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남기게 하는 것 아닌가 조금 낯간지러운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200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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