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터라켄 일대
Interlaken, Bernese Alps, Switzerland
2013. 4.
6년 전 부활절 연휴 동안 열흘 간 영국에서 출발, 영국과 네덜란드 사이 북해 바다를 운항하는 카페리를 이용 차를 몰아 유럽 대륙 가족 여행에 나서며 거쳐 간 국가들을 꼽아보니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순이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 탈퇴를 선언한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는 근년의 일이지만 영국이 엄연히 EU 회원국이었던 그때조차 영국은 EU와는 딴 나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던 것이 그때도 영국은 유로(euro)화 화폐를 쓰지 않고 자국 화폐 파운드 스털링(pound sterling)을 고집했을 뿐 아니라 회원국 간 이동의 자유라는 것은 그야말로 상징적인 것에 불과할 뿐 영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공항이나 항구에서 번거로운 출입국 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EU 회원국인 유럽대륙 국가는 달랐다. 어느 나라에서건 유로화가 통용되었고 차를 몰아 국경을 한참 지나 교통표지판을 보고서야 내가 국경을 넘어왔구나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영국의 도로교통 시스템은 좌측통행이고 영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유럽대륙 국가들은 우측통행이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유럽대륙 국가와 달리 우측에 핸들이 얹힌 영국 등록 차를 몰고 어찌 스위스까지 차를 몰아 여행을 갔더란 말인가? 다시 하라면 이제는 못할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브렉시트는 영국이 EU에 가입할 당시부터 예견된 결말이었다는 것을 영국에 살며 체감하고 있었기에 근년에 공식화된 브렉시트가 갑작스럽게 생긴 혼란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우리 언론의 호들갑이 더 의아했다. 아마 영국 국민들을 포함하여 EU 회원국 국민 대부분에게 브렉시트는 전혀 갑작스럽거나 혼란스러운 결말이 아닐 것이다.
그 여행의 최남단 목적지는 스위스였다.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영세 중립을 표방하는 스위스는 EU 회원국이 아니고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스위스는 유로화가 아닌 스위스 프랑(Swiss franc)이라는 독자적인 화폐를 쓰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 이용이 쉬워 여행 중에 영국 파운드를 유로화로 바꾸는 불편을 겪기는 했으나 유로화를 다시 스위스 프랑으로 바꾸는 불편을 겪을 필요는 없었으며 프랑스와 스위스 사이 국경을 표시하는 게이트가 서 있어서 이제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입국하는구나 하는 짧은 흥분을 느끼기는 했어도 차의 속도를 줄일 필요조차 없이 일사천리로 프랑스에서 스위스 국경을 넘었다. 그래도 유럽여행인데 알프스 구경을 하고 싶어서 체르마트(Zermatt)와 인터라켄(Interlaken)을 저울질 하다 도저히 체르마트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인터라켄으로 행선을 정했고 참으로 그 분의 은혜가 보우하사 인터라켄에서 머문 그 이틀 간 날씨가 너무 좋아 아직 눈이 녹지 않은 봄 철 스위스 알프스의 정취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으며 그 스위스 여행이 영국에 살며 다닌 여행 중 최고의 여행이었다는 것에는 아내도 아들도 이견이 없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야 그 스위스 알프스 여행에서 담아온 못 찍은 사진들을 갈무리하는 시간 그 사이 융프라우(Jungfrau)와 아이거(Eiger)를 소개하는 잡문에 실린 사진 외 융프라우와 아이거가 가장 잘 보이는 멘리헨(Mannlichen)의 전망대 부근에서 담아온 못 찍은 사진들을 올린다. 그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키복 보드복 입고 멘리헨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는데 겨우 등산화 신고 케이블카를 타려는 우리 가족처지가 뻘쭘하여 이걸 타 말아 고민하는 순간 케이블카 티켓을 판매하는 아주머니가 유창한 영어로 꼭 케이블카를 타고 멘리헨에 올라가보시라 절대 후회 안 한다는 호언장담을 하길래 케이블카 티켓을 끊고 전망대로 올라가는 동안 바라본 스위스 알프스의 풍경은 얼마나 장관이던지 그리고 케이블카에서 내려, 멘리헨 전망대에서 바라본 융프라우, 묀히(Monch), 아이거 세 봉우리의 웅자는 얼마나 대단하던지, 비록 못 찍은 사진들이지만 그때의 추억이 오롯하다.
멘리헨의 전망대에는 스키대신 경관 구경을 위해서 모여든 사람도 적지 않았다. 멘리헨 전망대의 스키장비 대여점 앞을 지나며, 하산은 케이블카 대신 스키를 빌려 타고 내려오거나 못해도 썰매는 타고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다음번에 여길 온다면 반드시 스키를 타보자 실현되기 어려울 그렇다고 실현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늘 그러게 마련인 약속을 아내와 함께 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케이블카 타고 내려와 다음 행선을 찍기 위해 서둘렀다. 영국으로 돌아가는 길은 루체른(Luzern), 취리히(Zurich)를 거쳐 오스트리아 접경을 따라 차를 몰아 노이슈반슈타인성(Neuschwanstein Castle)을 구경하고 라인강 물줄기 따라 독일 서부지방을 종단 다시 네덜란드에서 카페리에 차를 싣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유럽 대륙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동안 심지어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 여행 동안에도 여권에 스탬프 하나 찍지 못했는데 영국 하리치(Harwich)의 입국심사대에서 영국 취업비자가 얹힌 내 여권에는 그 해 유럽 여러 나라를 한 바퀴 돈 여행의 증거로 영국 입국 스템프 하나가 딱 찍혔다. 2019
스위스 인터라켄 일대
Interlaken, Bernese Alps, Switzerland
2013. 4
BGM
Sunny by Shizuko M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