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鄭敾)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 1751년 │ 국립중앙박물관
겨울 경복궁 경회루에서 본 인왕산
2013. 12.
겨울 경복궁 경회루에서 본 인왕산
2023. 12.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는 조선 후기 화가 정선(鄭敾)이 오늘날 서울 효자동 즈음에서 인왕산을 바라보고 그린 이른바 진경산수화다. 워낙 유명한 그림인데 나는 제목 속 ‘제’자가 여러 가지를 뜻하는 모두 제(諸)겠거니 짐작하다 이번에 검색을 해보고 ‘제’가 비가 갠다는 뜻의 제(霽)자임을 처음 알았다. ‘인왕산의 여러 모습’이 아니라 ‘비 갠 후 인왕산’이었던 것이다.
인왕제색도의 화제(畵題)에는 그림이 음력 윤 5월 비 갠 후 인왕산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내용이 있어 이 그림이 언제 그린 작품이라는 것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녹음이 절정인 음력 윤 5월에 뭇 생명을 적시는 비가 내렸고 이 비는 인왕산의 바위마저 먹빛으로 물들였다. 이 모습은 문사(文士)가 시를 쓰고 화사(畵士)가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는 멋진 풍경이었을 것이다. 걸작이 탄생할만한 풍경이 이미 거기 있었던 것이다.
물위에 비친 풍경을 차경(借景)이라 하는데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비치는 북악산의 모습이 절경이라는 글을 읽은 적 있다. 그 모습을 구경하지 못했으나 경회루 연못과 인왕산의 조화 또한 그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 찍은 사진 한 장 앞에 두고 해본다. 계절은 만물이 얼어붙은 엄동(嚴冬)이라 연못도 얼어붙었지만 비대신 잔설(殘雪)을 머리에 인 인왕산은 정선의 그림 속 음력 윤 5월의 인왕산만큼이나 아름다웠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