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행도(華城行幸圖) 중 서장대야조도(西將臺夜操圖), 1796년, 삼성미술관 리움
수원 화성 서장대

2023. 5. 25.

 

수원 화성 서장대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역사 유적지라서 몇 차례 가봤는데 서장대에 정조 임금께서 쓴 친필 현판이 걸려 있다는 것은 최근 서장대에 자전거 타고 올라가서 처음 알게 되었다. 사람 방문이 드문 평일에 서장대에 올라가 그 실내를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기자 정조 임금의 친필 현판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1795년 정조는 돌아가신 부친 사도세자의 환갑을 맞아 수원 화성 인근에 있는 부친의 묘소를 참배하고 그의 왕명으로 건축한 수원 화성의 가장 높은 군사 관측소이자 지휘소인 서장대에 올라 친히 야간 군사훈련을 지휘한 후 그 감회를 친필 한자 시문으로 남기고 현판으로 떠서 서장대에 걸게 하셨다 한다.

한글로 번역된 이 시문을 읽자니 과연 조선 후기 왕조의 르네상스를 연 뛰어난 임금 정조의 기상과 자신만만함이 오롯이 전해지는 느낌이고 한편으로 정조의 사후, 조선 왕조가 쇠락의 길을 걷고 말았음을 떠올리니 씁쓸함을 감출 길도 없다. 정조의 서장대 군사 지휘장면은 화성행행도(華城行幸圖) 중 서장대야조도(西將臺夜操圖)라는 병풍 기록화로 남아 전한다.

 

화성장대에서 華城將臺

친히 군사훈련을 점검하고 親閱城操

지은 시를 有詩題于

화성장대 도리에 걸다 楣上


현륭원 호위가 중요하나 拱護斯爲重

세금과 노역을 동원하지 않았다 經營不費勞

성은 평지를 따라 둘러쳤고 城從平地迥

먼 하늘을 기댄 장대 높다랗다 臺倚遠天高

성의 많은 성가퀴 구조 굳건하고 萬垛視模壯

삼군 군사들의 의기 호기롭다 三軍意氣豪

대풍가 한 곡조 연주하니 大風歌一奏

붉은 햇살이 갑옷을 비추는구나 紅日在鱗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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