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밤샘 하는 사람들, 1942, 미국 시카고미술관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US

 

화가는 길 위에서 본 장면들을 그렸다. 길 위에서 본 여자, 주유소, 모텔, 극장 그리고 그것들의 공허함을 그렸다. 가로등이 도시의 밤을 깨운다. 가로등이 남긴 길고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도시의 뒷골목으로 피신한다. 그림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모퉁이에서 짐승처럼 웅크리고 불안한 잠을 청할 것이다. 온기 없는 불을 밝힌 카페만이 캔버스 밖 멀리까지 어둠을 배웅한다. 카페의 불빛은 강렬해서 여백의 어둠은 더욱 깊다. 화가의 자리는 카페 건너 길가 가로등 아래였을 것이다.

화가가 본 밤의 카페에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술잔 속에 담겨 있다. 잔을 비우고 빈 어둠을 응시하거나 남은 잔을 쳐다볼 뿐 그림 속의 인물들은 눈빛을 교환하지 않는다. 물끄러미 바라 본 도시의 어둠과 카페의 불빛, 불빛이 남긴 어두운 여백 그리고 불빛과 어둠 사이에서 초점 없는 시선을 흘리는 말 없는 사람들이 화폭에 고착되었다.

에드워드 호퍼, 햇살 아래 사람들, 미국 스미소니먼미술관

Edward Hopper, People In The Sun, 1960,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US

 

밤과 실내에 고착되어 있던 화가의 시선이 아침, 한낮, 오후의 태양 아래로 따라 나간다. 밤이 어두운 만큼 화가의 햇살은 세상 모든 것을 탈색시키는 듯 하다. 그의 밤이 놓여진 화폭 안에서 사람들이 어둠에 침잠하듯 그의 햇살 아래 사람들은 그가 담아 놓은 무중력에 침잠한다.

이어진 먼 산줄기, 황야, 그 경계에 그어 놓은 도시의 단단한 바닥 위에 얹힌 안락의자에 앉은 사람들도 그들에게 쏟아지는 창백한 햇살에 가라앉고 있다. 그들은 말이 없고 시선을 나누지 않는다. 그들은 안락의자에 앉아 먼 어딘가를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이 쓸쓸한 느낌인 사람들은 다섯 명이지만 거기에 아무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림 위에 손바닥을 얹어 사람을 가려본다. 사람이 없어진 자리에 공허한 황야와 먼 산이 한결 같이 남아있다.

에드워드 호퍼, 햇살 속의 여인, 1961,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

Edward Hopper, Woman In The Sun, 1961,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City, NY, US

 

화가는 낮이든 밤이든 이 도시를 나는 그린다고 했다.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What a wonderful world)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을 떠올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20세기 미국 구상미술의 대가였고 그는 추상주의와 유럽의 아방가르드 예술을 배격하고 미국의 고유의 주제들과 배경을 자연주의적인 양식으로 묘사했다고 네이버 백과사전이 소개하고 있다. 호퍼의 작품들은 특유의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로 대도시에서의 인간 소외와 고독을 탐구한다고도 소개한다.

에디워드 호퍼, 철길의 일몰, 1929,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

Edward Hopper, Railroad Sunset, 1929,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City, NY, US

 

나는 호퍼의 그림들 속에서 무지개 넘어 어딘가에 있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표정을 본다. 우리들의 한심한 기대들 역시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런 꿈이었다는 것을 그의 그림에서 본다.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What a wonderful world)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을 떠올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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