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훈희가 교육방송 스페이스 공감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에 나와 노래 부르는 것을 봤다. 1952년생인데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아름다운 목소리로 멋지게 노래 부를 수 있을까 감탄을 거듭했다. 무대에 선 그녀는 어린 날 내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여전히 명가수였다. 이것은 그녀가 노래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설명될 수 없고 그만큼 가수로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왔다는 것을 보태야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전성기는 대중문화 캄캄한 암흑기에 다름없던 1970년대였다. 나는 아직도 그 시대 후라이보이 곽규석이 진행하던 동양방송의 쇼쇼쇼에서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꽃길」을 부르던 젊은 날 정훈희를 기억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나의 디바였고 흑백 TV 화면 속 그녀는 천연색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안개」와 「꽃길」 등 그녀는 주옥같은 히트곡을 가졌지만 대표곡은 뭐니 뭐니해도 「꽃밭에서」다. 눈부신 봄날 화사한 꽃밭에서 이렇게 좋은 날에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님은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밝고 눈부시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한편으로 애잔함을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아름답고 성격 괄괄한 가수 정훈희는 인기 가수로 멋진 삶을 살았을 것이고 그만큼 모진 삶을 살았을 것이다. 살아보니 세상 이치가 그렇다. 이 멋진 봄날 봄꽃이 활짝 핀 강변길을 따라 자전거를 달리며 가수 정훈희를 생각하고 그녀의 노래 「꽃밭에서」 를 듣는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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