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식스 이스트 버골트 성처녀마리아교회

The Church of St. Mary the Virgin, East Bertgholt, Essex, UK

JUN 2012 HUP

 

이스트 버골트(East Bergholt)는 영국 남동부 에식스(Essex)와 서퍽(Suffolk)지방 접경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로 19세기 영국의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John Constable)이 태어난 마을로 유명하다. 이 마을에는 성처녀마리아교회(The Church of St Mary the Virgin)라는 조그만 교회가 있는데 영국의 다른 오래된 교회들과 달리 종탑이 없다는 특이한 이유 때문에 유명하다. 교회는 16세기경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1525년 교회 종탑을 세우려는 공사가 시작되었다가 1530년 갑자기 중단 되었다.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으나 이 종탑 건설의 중단 이유로 영국왕 헨리8세의 총신이자 추기경이었던 토마스 울시(Thomas Wolsey)의 실각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종탑 건축을 그가 후원했던 것 같다. 토마스 울시는 이 지방 출신이었고 한때 그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으니 조그만 교회 종탑 건축을 후원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며 한편으로 그의 실각으로 후원자가 사라져 버렸으니 종탑에 달려고 미리 만들어 놓은 종은 오갈 데가 없어져버렸던 것 같다. 임시 변통으로 종을 보관할 오두막(bell cage)이 교회 마당에 세워졌는데 그 후로도 종탑은 영영 세워지지 않았고 거꾸로 뒤집힌 종들이 거치된 오두막은 오늘날에도 교회 앞 마당을 지키고 있다.

 

원래 교회 종이라는 것은 종탑에 매달려 있는 것을 밧줄로 당겨 울려야 하는 법인데 종탑도 없이 지상에 벌렁 드러누운 종이라도 예배를 알리려 어김없이 울려 퍼져야 했기에 종을 뒤집어 놓고 사람이 종을 때리는 방법으로 그 소임을 맡고 있는 모양이다. 원래 종 오두막은 교회 남쪽 마당에 있었는데 인근에 있는 큰 주택 거주자들이 종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그 위치를 북쪽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도 마을을 소개하는 위키사전에 적혀 있다. 이는 18세기말에 태어나 19세기 초에 활동한 존 컨스터블이 태어나기도 전인 17세기에 있었던 일이라 한다. 화가로서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존 컨스터블이 자신이 태어난 마을에 있는 이 엉뚱 교회를 작품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니 종탑 없는 성처녀마리아교회를 담은 습작과 유화 몇 점이 남아 있다. 영국 생활 중이던 어느 해 6월, 날씨가 하도 좋아 회사에 오후 반휴를 내고 이스트 버골트를 찾아 갔는데 작은 마을을 돌다가 잠시 어찔했던 이유는 화사한 봄 꽃이 만개한 담벼락을 가진 마을의 오랜 펍(pub)에서 낮술로 마신 맥주 한 잔 때문이었던지 봄 꽃 내음 때문이었던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5

 

East Bergholt Church, John Constable, 1811

이스트 버골트교회, 존 컨스터블, 18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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