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010 HUP
Felixstowe, Suffolk, UK
해수욕장이라면 우리는 모래가 깔린 백사장을 떠올리는데 영국 해변에는 모래 대신 자갈이 깔려 있었다. 해변에 깔린 자갈들은 바람과 파도에 의한 마모로 동글동글 해서 자갈을 밟는 느낌이 마치 발바닥 지압을 하는 것 같고 햇살 좋은 날에는 볕에 달구어진 자갈이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따끈따끈 해서 좋았다. 게다가 자갈 해변에서는 발바닥에 붙은 모래를 털어내는 성가심도 없고 걷다 아무데나 엉댕이를 붙이고 앉기도 또 큰 대자로 드러누워 달궈진 자갈에 등짝을 지지기도 더없이 좋았다. 물론 베겨서 오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기는 힘들다는 단점은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보다 영국 자갈 해변이 더없이 좋고 그래서 부럽던 이유는 이 자갈 해변이 끝없이 이어져 어느 해변을 가나 공간적으로 여유롭기 그지 없다는 점이었다. 영국 한 여름 날씨가 섭씨 삼십도를 넘기는 날이 거의 없고 또 영국 여름이 건조해서 한 여름이라 하여 무더위에 사람들이 모두 해변으로 몰려들 이유가 없다는 기후적 특성도 때문이기도 하리라. 영국의 가을은 일찍 찾아오고 길고 또 짙다. 몇해 전 영국에서 살던 집에서 가깝던 동쪽 바다 해변에서 담아온 사진을 보며 영국 가을 바다를 기억한다. 2015
andante
the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