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 줄인데 자전거 안장에만 앉으면 마음은 언제나 고3이라 세상 끝까지라도 달려나갈 것 같다. 지난 연휴 집에서 팔당까지 자전거 타고 다녀왔다 몸져 누워버렸다. 하여간 이렇게 장거리 라이딩을 다니다 보면 뭐든 먹어야 살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내가 이 나이에 에너지 보충식을 빨아댈수도 없어서 어디 간단히 요기할 데가 없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검색을 하다가 언뜻 미사리 초계국수집이 떠올랐다. 그 명성이야 익히 들어온 터이기는 하나 그깟 국수 한 그릇이 뭐라고, 하며 무시해왔지만 숨 가쁘게 팔당대교를 넘어오니 이 더위에, 이 허기에 그만한데 없겠다 싶어 찾은 곳이 이름하여 미사리밀빛초계국수, 가게 앞에서 뻘쭘하게 서성거리자 싹싹한 청년 하나가 나타나 "국수 드시러 오셨어요?"라는 말과 동시에 아주 튼튼한 자물쇠 꾸러미를 건넨다. 자전거 운전자에 특화된 소문난 집이긴 하다 싶었다. 하긴 요즘 웬만한 차 값에 버금가는 자전거도 적지 않으니 자전거 주차요원이 등장했다 하여 이상할 것도 없겠지만 아무래도 내 자전거한테는 과한 대접이다.
식당 안에 들어 자리를 잡자마자 시원한 막걸리 한 병 시켰는데 주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초계국수 한 그릇이 막걸리와 함께 내 앞에 놓여 있었다. 이 또한 인스턴트이리라. 하기야 휴일 점심시간에 몰아닥친 그 많은 사람들을 제 때 먹이기에 인스턴트가 아니라면 무슨 수가 있겠는가? 양지 국물을 고와냈다는 국물은 고추가루 빠진 라면스프 맛이었다. 그래도 무슨 신묘한 기술인지 기름기를 빼고 살 얼음이 떠 다니는 국물은 시원했고 고명으로 얹은 찟은 닭고기를 씹는 맛도 꽤 괜찮았다. 다만 결국 원가 문제겠으나 시뻘건 김치는 수입산이라는 티를 역력히 내고 있었고 담백한 맛을 미는 초계국수와 썩 어울리는 조합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여 이렇게 오다가다 쉬며 먹는 국수 한 그릇이라면 몰라도 꼭 이걸 먹겠다고 따로 찾아갈 이유는 없겠다는 것이 그 유명한 초계국수를 맛본 소감인데 자전거를 타고 가면 만두 한쪽을 덤으로 준다는 어느 블로거의 글에 현혹된 바 없지 않았으나 내가 혼자라 그랬던지 아니면 마침 그 시간이 업소로서는 가장 바쁠 휴일 점심 시간이어서 그랬던지 내게는 만두 한 쪽의 덤이 없었고 그 탓에 상한 빈정 때문에 후기가 아주 박해져버렸는지 모르겠다. 긴 라이딩 끝에 시원한 막걸리와 국수 맛나게 잘 먹고왔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아니한가 하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