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나갔다가 목 마르다는 핑계로 막걸리 한 병을 샀다. 막걸리 파는 동네 슈퍼 냉장고 문을 열고 막걸리를 손에 들고 보니 ‘달아달아 막걸리’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는 시 생각이 났고 막걸리 브랜드 네이밍을 재치있게 했네, 하였다. 레이블 아래 쓰인 탁주(濁酒)라는 한문이 얼핏 독주(獨酒)로 읽힌 까닭은 「월하독작」(月下獨酌) 시 생각 때문인가 하나 실은 한자 잘 모르는 자의 무지 때문일 것이다.
막걸리를 보냉병에 옮겨 담은 후 시원한 나무 그늘로 이동해서 싸간 살라미 소세지를 안주 삼아 따라 마셨는데, 월하독작은 그저 내 생각이었을 뿐 단맛이 강해서 ‘달아달아 먹걸리’인가 싶었다. 그제야 폰으로 찍어놓은 성분표를 확대해보았더니 아스파탐이니 아세설파칼륨이니 하는 감미료 이름들이 보였다. 달아달아 막걸리는 맛 본 것으로 마무으리하고, 내게는 너무 달아 ‘달 아래 혼술’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
달 아래 혼술 月下獨酌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花間一壺酒
벗도 없이 혼자 마신다 獨酌無相親
잔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舉杯邀明月
그림자 비쳐 셋이 되었다 對影成三人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月既不解飮
그림자는 그저 흉내만 낼 뿐 影徒隨我身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暫伴月將影
봄날을 마음껏 즐긴다 行樂須及春
내가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我歌月徘徊
내가 춤추면 그림자 어지럽구나 我舞影零亂
취하기 전엔 함께 즐기지만 醒時同交歡
취한 뒤에는 각자 흩어질 것이니 醉後各分散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 길이 맺어 永結無情遊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 相期邈雲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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