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022 HWP
시절은 수상하고 내 마음 둘 곳 찾지를 못해 허한 마음을 입으로라도 달래려 자전거 타고 뜬금없는 맛집 탐방 중이다. 어제 일요일에는 용산의 3대 해장국집이라는, 그중 대장집이라는 창성옥에 자전거 타고 가서 해장국 한 그릇 사먹고 왔다. 마포와 그 말 많은 용산 사이, 용문동이라는 동네가 있고 그 동네 한 가운데 용문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이 남아 있으며 그 용문시장에서 맛집 마니아 층의 지지가 가장 높은 노포가 창성옥이라고 한다. 나 평소 음식점 앞에서 대기 타지 않는다 고집해왔건만 자전거를 주차시키고 대기까지 탄 다음 기어이 그깟 해장국 한 그릇 사먹고야만 이유, 다 시절이 수상하고 내 마음 허하여 뜨끈한 해장국 국물로 달래고 싶었던 것이리라.
우리가 아는 뼈다귀해장국이란 우리가 아는 이유로 삶은 돼지뼈다귀가 들깨가루를 뒤집어 쓰고 뻘건 국물이 설설 끓는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창성옥의 해장국이란 것이 그 원형 정도 되는 것이 아닐까 짐작했지만 주문 후 나온 창성옥 해장국은 전혀 달랐다. 우선 국물이 설설 끓기는 커녕 미지근했던데다 맑은 기마저 도는 국물에 선지가 떠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첫술부터 어째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왠걸 국물을 떠먹을수록, 뼈에 붙은 살점을 뜯어먹을수록 깊은 맛이 입안에 돌았다. 그제야 국물이 미지근한 것이 아니고 따뜻한 것이며 선지가 비릿한 것이 아니라 고소한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며 아마 그 맛은 ‘슴슴하다’하다고 표현하는 그 맛일테고 기억해보니 청진옥의 양선지해장국, 그 맛과도 비슷한 맛이겠으며 이게 서울식 국밥의 원형 같은 맛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장수 한 병을 반주 삼아 창선옥 해장국을 먹다보니 남은 국물까지 드링킹으로 클리어했다. 홀에서 서빙하시는 분의 태도 역시 노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세련되지 않은 친절이 몸에 밴듯했다.
기록해두었다가, 마음 허할 때 그 마음 국밥 국물로 달래고 싶을 때 또 찾아야지 하여 남기는 글이고 다만, 깍두기와 배추 겉절이 김치가 내 기준에는 다소 아쉬웠고 휴일 점심시간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식후 남은 그릇이 여기저기 테이블 위에 제법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는 모습도 보기에 좋지는 않았다. 주차 안되고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보이지는 않으나 그때문에 나같은 자전거 운전자가 휴일 점심시간에 그리 오랜 시간 대기하지 않고 이 유명한 노포에서 해장국 한 그릇 사먹을 수 있었을 것이니 이는 딱히 단점이라고 꼽을 수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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