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퐁피두센터 근처

Paris, France

2013. 5.

 

파리 여행 중 가보고 싶은 미술관이 몇 군데 있었다. 루브르박물관은 북새통일 것이라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바깥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으로 만족했고 튈르리 정원 (Tuileries Garden)을 가로질러 콩코르드광장까지 걸었다. 마침 날씨까지 화창해서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 오르세미술관에서는 저녁 마감 시간에 잠시 들렸고 - 마음 찢어졌다 - 로뎅미술관에서도 오후 반나절을 보냈다.

퐁피두센터가 문제였다. 퐁피두센터는 그 규모가 방대하다. 처음에 거기 있는 피카소 작품과 마르셀 뒤샹의 소변기 정도는 봐줘야하지 않겠는가 고민하다가 방대한 규모에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바깥에서 건물만 구경했다. 퐁피두센타는 르네상스 양식 건물로 유명한 파리시청 건물을 보고 걸어 도착했는데 가는 길에 관광지 특유의 조잡한 기념품 판매점 대신 특색 있는 외장과 인테리어를 한 화랑이나 카페들이 즐비해서 걷는 즐거움이 은근했다. 아무래도 미술관 가는 길이니 그랬겠거니 한다.

반추(反芻)한다는 말은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함을 이르는 말인데 오래도록 그런 뜻으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추(芻)"라는 한자가 애초에 초식동물 풀 뜯는다는 뜻이라 한번 삼킨 음식을 되새김질 하는 뜻이 먼저라는 것을 근래 알았다. 근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지난 사진을 정리하면서 옛 기억을 반추하는 일 밖에 없는데 달리 생각하자니 그럴 수 있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게 큰 위안과 의지가 되지 않는가 한다. 추억 씨리즈는 몇 번 더 써야겠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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