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방돔광장

Place Vendome, Paris, France

2013. 5.

 

파리 방돔광장(Place Vendome)은 태양왕 루이14세의 기마상을 세우기 위해 조성된 광장이었으나 기마상은 프랑스혁명으로 파괴되어 버렸고 이후에는 원 토지 소유주의 이름을 따 방돔광장이라 불렸다 한다. 현재 광장 중앙에는 나폴레옹의 1805년 오스테를리츠 전투 승전 기념탑이 서있다.

하지만 방돔광장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는 왕정과 공화정이 어지럽게 자리를 바꾼 근대 프랑스 역사가 담긴 명소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광장 주변으로 이른바 프랑스 명품 브랜드점이 즐비하게 늘어선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는 여성 분한테 직접 듣기로 파리에서 명품 하나 잘 사면 서울에서 같은 제품을 사는 것과 비교할 때 "비행기 표 값은 빠진다" 하니 말이다. 명품 브랜드에 눈길을 줄 처지조차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파리까지 갔는데 방돔광장 구경을 빼놓을 수는 없어서 콩코르드광장에서부터 제법 걸어 방동광장에 접어 들었는데 그때 내 눈길을 끈 것은 나폴레옹 승전기념탑도 명품 브랜드점도 아닌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의 모습을 담은 커다란 간판이었다. 소피 마르소는 1980년 순정 영화 『라붐』(La Boum)으로 혜성 같이 등장한 우리 세대의 아이콘, 원조 책받침 소녀였는데 청조끼 입은 열네 살 단발머리 소녀는 마흔 일곱 살 명품 쥬얼리 브랜드 모델이 되어 다시 내 눈 앞에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그것도 파리에서. 물론 그 사이 그녀의 모습을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에서도 잠깐 본 기억이 있었지만 인상적이라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그때 내게 더 이상 책받침이 필요 없어서 였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파리 방돔광장의 커다란 간판 속 그녀의 모습을 보고 급 반색을 하고만 까닭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 필요 없으면 관심이 없던 시절을 건너 내게 책받침이 있었다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세월 탓일 것이다. 파리에서 담아온 못 찍은 사진 몇 장을 보고 있자니 옛 기억이 아련하여 몇 자 남긴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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