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외곽 바르비종

Barbizon, France

2013. 5.

 

19세기 중엽 일단의 화가들이 파리 외곽 전원 지역인 바르비종(Barbizon)에 모여들어 그 풍경을 회화작품에 옮겼고 미술사는 그들을 바르비종파라 분류한다. 「만종」과 「이삭줍기」를 그린 밀레(Jean Francois Millet)가 바르비종파의 대표로 널리 알려졌으며 바르비종의 들판이 만종과 이삭 줍는 여인들이 그려진 배경이다. 파리와 그 인근 지역을 도는 여행 중 바르비종에 남아있는 밀레의 아틀리에와 만종의 배경이 된 바르비종의 들판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찾아간 날이 휴일이라 밀레의 아틀리에는 문을 닫았고 시간 제약 때문에 바르비종 인근 들판을 찾아 헤맬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신 퐁텐블로 숲가에 차를 대고 바르비종 거리를 따라 짧은 산책을 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바르비종 거리에는 당시 화가들이 이용했던 우체국이 남아 있었고 또 바르비종파 화가들이 투숙한 것으로 유명한 간느여관이 기념관으로 남아 있었으며 유럽 시골 소읍이 대개 그러하듯 고만고만한 가게들과 성당이 모여 있었다. 성당은 바르비종과 닮아 바르비종파의 대부격인 테오도르 루소(Theodore Rousseau)의 아틀리에 옆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눈 여겨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게 성당인지조차 쉽게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그 성당은 대도시 파리 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가난한 화가들이 생활비가 싼 변두리 시골 동네로 찾아간 바르비종에 딱 어울릴만한 그런 규모였다. 바르비종의 우체국이 파리에서 밀려난 화가들에게 멀리 있는 지인들의 안부와 소식을 전해 주었듯 바르비종의 교회는 지친 화가들의 영혼들을 위로했으리라.

바르비종만큼 작은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과 그 마을 성당을 소개하는 방송을 시청하다가 오래 전 바르비종의 성당을 담아온 사진이 기억나 남기는 잡문이며 서유럽 회화와 그에 얽힌 사연을 빼더라도 내가 본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의 하나였던 바르비종 이야기를 지금 풀자니 길기도 기려니와 그때 담아온 사진들도 적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이 글을 쓴 후 제법 오래 전에 읽은 관련 책을 서가에서 찾아 다시 읽다가 교회 옆 나무로 가려진 건물은 테오도르 루소가 살던 집으로 지금은 루소의 기념관 건물로 쓰이고 있고 성당은 원래 테오도르 루소의 화실로 쓰이던 창고였음을 알게 되었다. 창고가 언제 성당으로 변한 것인지는 따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2013

 

 

'○ 유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랑플라스  (0) 2021.12.25
바르비종 풍경  (0) 2021.11.18
노트르담의 자물쇠  (0) 2021.09.01
모네의 코끼리바위  (0) 2021.01.16
멜로우 옐로우 암스테르담  (0) 2020.09.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