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 삼성산 삼막사
2022. 5.
사람들은 산에 가는 것을 등산이라 하나 나는 산행이라 한다. 등산이란 산에 올라간다는 의미일 텐데 산에 올라갔으면 반드시 하산을 해야 할 일이므로 등산이라는 말은 산에 가는 행위와 결부된 과정의 반 밖에 대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등산보다 하산이 훨씬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산행에 따른 사고들 대부분은 등산할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하산할 때 일어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등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산행을 하는 것이고 잘 올라가는 것도 중하나 잘 내려가야 하는 것은 더 중한 일인 것이다.
그간 꼭 해보고 싶던 일 중 하나가 자전거 타고 산에 올라가보는 일이었다. 다만 허접 체력의 소유자라 자전거 타고 산에 오르기는 희망사항이었을 뿐이었고 심지어 몇 해 전부터 다리 관절이 좋지 못해서 산행에 나설 엄두도 못 내던 차 내 희망사항과 제약조건들을 단숨에 해결해 줄 신통방통한 아이템을 발견했으니 바로 전기자전거 이른바 eMTB라는 물건이었다. 물론 나도 나름 자덕 연차가 있고 여전히 자덕 말석에 자리 하나는 깔고 앉아야 한다고 우기고 싶은 사람이라 이 나라 법 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자전거’로 분류되는 것이면서 안양의 3대 업힐 코스 정도는 무난히 소화해낼 수 있는 전기자전거를 사고 싶었다.
그리하여 이 좋은 계절에 들이게 된 전기자전거 첼로불렛XC60 eMTB 타고 지자체 단체장 등 선거가 있어 공휴일이었던 날 많이 알려진 삼막사로 올라갔다. 사실 삼막사 업힐은 삼막사까지가 아니라 삼막사부터 삼성산 꼭대기 삼막로 584번지 KT무선중계탑 앞까지 이어져 있는데 나도 무선중계탑까지 전기자전거 타고 단숨에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정상 부근 경치 좋은 자리에 앉아 김밥 한 줄 까먹으며 ‘이 맛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타고 산으로 가는구나’ 했다. 내가 삼성산 나무그늘에 앉아 김밥 까먹는 사이에도 몇 라이더들이 MTB 타고 무선중계탑 앞까지 치고 올랐다가 깨방정 같은 라쳇 소리 촤르르르륵 발산하며 다운힐하였다. 대단한 분들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문제는 다운힐이었다. 특히 무선중계탑에서 삼막사까지는 중간 중간 무서버서 내리막 끌바까지 해야했다. 자전거사고도 업힐이 아니라 다운힐에서 주로 생길 것은 뻔한 이치이다. 올라가는 것이 중한 것이 아니라 잘 내려가는 일이 중한 일이다, 삼성산 정상까지 자전거 타고 올라 가봤으니 됐다, 두 번은 못 갈 일이다, 삼막사에서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자전거 안장 위에 앉아 발발 떠는 두 손으로 브레이크 꽉 움켜쥐며 생각했다.
경기도 안양 삼성산 삼막사
2022. 5.
배경음악
THE DAYDREAM
LOVE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