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오래된 옛날 영화 포스터 한 장이 있다. 『무숙자』 이 촌스러운 포스터의 기원을 검색해보기에 금요일 오후 사무실처럼 제격인 시간과 장소는 따로 없을 것이다.
1974년에 제작된 『무숙자』 (無宿者)의 원 제목은 “My Name is Nobody”인데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 쓰고 담배나 성냥개비를 입에 꼬나 문 서부의 총잡이가 두 다리 쫙 벌리고 기대어 누워 나를 째려 보고 있다. 이 사람 이름은 『내 이름은 튜니티』, 『튜니티라 불러다오』, 『아직도 내 이름은 튜니티』 등등 튜니티 시리즈로 한시절 잘 파먹은 테렌스 힐(Terence Hill)이다. 그의 뒤에는 가버린 시절의 대배우, 서부의 사나이 헨리 폰다(Henry Fonda)가 막 권총을 뽑아 들고 총질을 해 댈 참인가 보다. 뿐인가? 포스터 중단에는 말탄 서부의 사나이들이 떼거리로 말타고 포스터 밖으로 쏟아져 나올 태세이다. 대략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경우 내가 예전에 자주 일삼던 표현이 "좃된 사나이 뚜구닥 뚜구닥 서부로 말 타고 달린다."이다.
무숙자는 변두리 2본 동시상영 극장에서 봤던지, 아니면 영화평론가 정영일씨의 소개로 KBS 명화극장에서 봤던지 기억이 확실치 않다. 포스터의 바랜 색깔처럼 네 개의 나무다리에, 접이식 셔터, 거기에 열쇠까지 달렸던 옛날 흑백 텔레비전에 대한 기억은 아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