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 사랑에 관한한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리석다. 일부는 어떻게 여자를 사랑해야 하는지 몰라서 어리석고 더러는 알고도 실수를 되풀이하니 더욱 어리석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말을 하지 않는 여자를 탓하지만 여자는 말을 해야만 아는 남자들의 어리석음을 탓한다. 그러므로 남자는 언제나 어리석을 수밖에 없다.
화초를 키우고 정원을 가꾸는 것을 취미로 삼는 충실한 남자(Constant Gardener)가 있다. 잘 생긴데다 세련된 매너, 자상한 성품, 넓은 이해심을 가진 영국 신사다. 젊은데다 고위 외교관이라는 직업까지 가졌으니 세상 어느 여자가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완벽한 남자를 완벽하게 사로잡은 여자가 있었는데 자유분방하기 이를 데 없는 여자였다. 사회운동, 특히 아프리카의 인권옹호에 투신한 여자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남자에게 접근했는데 의도되지 않게 둘은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을 했다. 남편을 부추겨 아프리카로 발령 받아간 부부는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남자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 행복했고 아내는 핍박받는 아프리카 원주민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문제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서구 제약회사의 신약 실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실험용 모르모트와 같은 신세가 되고 있다는 것과 아내가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깊이 파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아프리카 원주민 의사와 함께 제약회사의 악한 의도를 밝힐 결정적인 단서를 잡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났고 이 여행도중에 참혹한 시신이 되어 남편에게 되돌아 왔다. 남편은 아내를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에 아프리카 원주민 의사와 둘이 여행을 떠난 아내가 살해당한 이유를 꼭 알고 싶었고 그래서 아내가 걸어간 길을 밟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우리가 자주 보아왔던 거대 다국적 기업의 횡포, 기업과 결탁한 정치인들의 부패, 선진국의 후진국 착취 등등 다른 영화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흔한 이야기이고 어찌 보면 식상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영화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이 이야기가 결국은 그 흔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흔해도 식상하지 않는 이 세상 유일의 테마, 바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이다.
정원의 아름다운 꽃도 생명이고 그러므로 정말 잘 가꾸어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생명이고 그에 대한 사랑이고 이를 잘 가꾸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여튼 영화가 말하는 또 다른 주제는 이렇다. 사랑에 관한 한 남자는 항상 어리석다고. 그리고 옛 영화를 새로 발견하는 즐거움도 함께 했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