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일요일 늦은 밤, 잠조차 오지 않는 그런 밤에 가장 어울리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내려다본 영화가 『복면달호』였다. 참 싱거운 짓을 한 것이고 영화도 싱거웠다. 봉달호로 분한 차태현의 싱거운 연기야 익히 알던 바이고 락커를 자처하면서 지방 밤무대에서 눈물밥을 먹던 봉달호가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여 공중파 방송의 스타가 된다는 스토리, 여기에 한때는 잘 나가는 트로트 가수였다가 옥탑방 연예 기획사 사장으로 전락한 매니저가 봉달호를 발굴하여 키워내는 바람에 인생역전에 성공한다는 또 다른 이야기 축이 가미되고 이들과 갈등의 관계에 서있는 허접하게 그려진 트로트 가수들이 있고 게다가 이런 류의 영화에 빠질 수 없는 멜로 요소까지 양념으로 가미되어 있으니 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삼마이 영화였던 것이다.
봉달호의 성공 스토리가 그의 노래 「2차선 다리」를 엔딩으로 끝날 즈음에는 확실히 잠 못드는 싱거운 봄밤과 그렇게 싱거운 내 마음에 딱 어울리는 싱거운 영화 한편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한편으로 영화가 전하는 또 다른 메세지, 좋은 음악에 락(Rock)과 뽕짝의 구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좋아하는 것이라면 승부를 걸고 매달려 보는 것이라는 참 단순한 진리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것으로 얽힌 관계가 결국 좋은 결과는 만든다는 메세지는 명화와 삼마이 영화의 구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것일 것이다. 싱거운 밤에 싱거운 영화를 보고 싱겁게 잠자리에 들면서 생각했다. 「2차선 다리」라는 노래, 확실히 영화처럼 싱거운 노래인데 영화가 끝난 후에 다시 듣고 싶어지는 것을 보면 은근히 중독성 있는 노래인 듯하다는 것, 연기가 볼 품 없다는 것이야 익히 알려진 바와 같지만 차태현의 노래 솜씨는 의외로 수준급이었다.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