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less Love

(cover)

7th Ave.

유튜브 천하라서 나도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유튜브 동영상 본다. 사람이라는 게 제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이제 유튜브는 한술 더 떠 네가 보고 싶은 게 뭔지 다 안다며 화면을 열면 추천 영상을 줄줄이 나열해 놓는다. 기막힌 세상이다. 오늘 늦은 밤에도 유튜브가 노래 영상 하나를 추천해 줬는데 「앤드리스 러브」(Endless Love)다. 다이애너 로스(Diana Ross)와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가 부른 것이 원곡이고 오늘 유튜브가 추천한 곡은 7번가라고 불러야 하나, 7th Ave라는 이름을 가진 팀의 소위 언플러그드(unplugged) 듀엣 곡이다. 앤드리스 러브와 언플러그드 양쪽 모두 내 취향에 어필하는 공통 요소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앤드리스 러브를 들으면서 원곡이 발표된 연도를 검색해보니 1981년이다. 내게 이 노래를 좋아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었다. 노래가 먼저인지 아니면 영화가 먼저인지 같은 제목을 가진 영화가 있었고 그 영화의 주제곡이었다는 생각도 났으며 그 영화의 여자 주인공이 그 시절 우리 세대의 책받침 미녀 브루크 쉴즈(Brooke Shields)였더라는 생각도 났다. 검색해보니 영화 포스터가 등장하고 그 포스터에 ‘여자 얘는 열다섯, 남자 얘는 열일곱...부모들이 걱정하는 사랑’이라는 카피가 보였다. 부룩 쉴즈가 나보다 나이가 많구나 하는 생각, 부룩 쉴즈의 그 큰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던 장면이 떠오르니 내가 그 영화를 봤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1981년에 나온 영화 『앤드리스 러브』(Endless Love)의 스토리가 어떠했던지 그 시절 세상 공인 미녀였던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부룩 쉴즈의 근황이 어떠한지 검색해보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닌 일이 된 세상인데 심지어 영화 전편 내려 받아 다시 보는 것도 이제 일도 아닌 일이 된 세상인데 나는 이 옛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으면서도 왠지 이 옛 노래와 옛 영화에 관련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검색해보는 일이 내키지가 않는다. 왜일까? 글쎄 쉽게 자답을 할 수 없지만 유튜브가 내가 보고 싶은 영상이, 정보가 무엇인지 다 안다며 내게 옛 노래를 추천한 사실 그 자체가 약간 꺼림칙한 그런 느낌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오늘은 그저 늦은 밤, 서재 안에 울려 퍼지는 옛 노래를 듣다가 불 끄고 잠들자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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