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에서 1970년대 말 그리고 1980년대 초로 이어지는 내 어린 시절 영혼을 사로잡았던 불후의 명곡을 검색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그리고 오늘, 와일드 캣츠(Wild Cats)라는 근사한 이름을 두고 어느날 갑자기 뜬금없이 들고양이들로 변해버린 그 들고양이들의 노래를 유튜브에서 검색하고 감개무량한 마음에 보는 이도 없으나 이 블로그에 그와 관련한 소회를 몇 자 남겨 놓으려 한다.
들고양이들의 최대 히트곡이자 불후의 명곡은 물론 짜라짜짜짜짜, 「마음 약해서」인데 이 곡에 결코 뒤지지 않는 명곡으로 내 어린 영혼을 사로잡았던 곡은 씹오야, 그렇다 바로 「십오야」다. 그런데 국민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에 내 스스로는 한 노래한다고 자부하던 내 고추가 나도 모르는 사이 뻔데기가 되어 쪼그라들어 버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기가 막히게 꺾고 굽이치고 휘몰아 치며 노래 부르던 순금이라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그 순금이의 십팔 번이 「십오야」였다. 순금이는 노래를 그저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학교 6학년이던 그때 벌써 나는 상상도 못했던, 떡방아 찧는 소리라는 가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여 그 부분에 분명 찐한 강조를 넣어 노래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불렀던 것으로 기억이 되니 순금이가 「십오야」를 부를 때면 십오야 밝은 둥근 달이 그냥 맹송맹송 뜨는 것이 아니라 정말 좃또 밝은 달이 휘영청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떡방아 찧는 소리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다리가 풀려 풀썩 주저앉아 버리는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분명 들고양이들의 임종임보다 더 큰 가수가 될 것이라 믿었던 순금이 소식은 국민학교 졸업 후로 듣지 못했지만 순금이가 부르던 노래처럼 떡방아 차지게 찧으며 아들 딸 놓고 잘 살고 있으리라, 정월 대보름이 지나 베란다 창 밖에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면서 또 오랜만에 찾은 불후의 명곡 「십오야」를 들으며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