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봉원사

BongWonSa Buddhist Temple, Seoul

2015. 12. 17.

 

 

연말 망년회로 몇 차례 술자리를 가지다 보니 이번 주말에는 만사 제쳐놓고 집에서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토요일 오전 창밖을 내다보니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냥 집에 있을 수만 없었다. 점심 먹으며 어디로 나갈까 생각하다 서울 안산 자락 봉원사(奉元寺)에 가기로 했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7024번 버스를 타니 금화터널을 지나 10분 만에 봉원사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절 풍채가 심상치 않다 싶었더니 조금 걸어 닿은 봉원사는 큰 절이라 놀랬다.

 

유가를 국가와 사회의 지배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의 건국과 함께 불교 사찰은 모두 깊은 산골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는데 아무리 왕조가 그 지배이념을 제도적으로 강조해도 삼국시대 초기부터 쌓아온 사람들의 불심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닐 것이라 왕조의 수도 서울에도 크고 작은 불교 사찰들이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불교 사찰이 깊은 산골을 찾아간 이유는 조선왕조의 불교에 대한 괄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참선수행을 강조하는 선종 종단이 조선시대 우리나라 불교의 대세를 이루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참선수행에 도움이 되는 조용한 환경을 찾아 불교사찰이 사찰이 산자락에 자리 잡았다고 이해하는 것도 크게 틀린 생각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서울 도성 서대문 밖 안산 자락에 자리 잡은 봉원사는 속세와 산중 사찰의 경계에 자리 잡은 것이니 그 위치가 탁월하다 싶었다. 풍수에 관하여 따로 아는 바 없으나 겨울 오후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는 봉원사의 경내에 서 있으니 사찰이 들어앉기에 명당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절을 안내하는 간판에는 봉원사에서 봉행되는 영산재(靈山齋)가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임과 동시에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알리고 있었다. 영산재에 관한 정보를 읽기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중생들이 모인 가운데 법화경(法華經)을 설하실 때 모습을 재현한 불교행사라 하는데 불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그 참 뜻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영산재가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행사라는 것과 매년 6월 6일 현충일에 그 행사가 봉원사에서 성대해 거행된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한 겨울 엄동에도 아름다운 봉원사는 6월에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 아름다움 앞에 눈물이나 와락 쏟아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이 들어 세상사 깨닫는 이치는 하나도 없고 남모르게 쏟아내는 눈물만 늘어 그 또한 근심일 따름이다. 내년 봄 봉원사에 가 연등 두 개 달자 생각하면서 서편으로 기우는 따뜻한 겨울 햇살을 받으며 돌아왔다.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

BongWonSa Buddhist Temple, Seoul

2015. 12. 17.

 

음악

김광민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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