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헐 │ 눈길 속의 사냥꾼│1565년│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
Pieter the Elder, The Hunters in the Snow, Bruegel,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Vienna, Austria
브뤼헐 │ 새잡이 덫이 있는 겨울 풍경│1565년│영국 윌트셔 윌튼하우스
Bruegel, Pieter the Elder, Winter Landscape with a Bird Trap, Wilton House, Wiltshire, UK
피테르 브뤼헐(Pieter Bruegel)은 오늘날 네덜란드인 플랑드르 브레다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16세기 후기 북유럽 최고 화가로 평가 받는 브뤼헐은 농민 생활에서 취재한 소재를 예리하고 사실적 기법으로 묘사한 작품을 많이 그려 농부의 브뤼헐이라 불린다. 그의 그림은 서양미술사의 한 장으로 분류되는 17세기의 네덜란드 풍속화와 풍경화로 가는 길을 터놓았다. 도제식으로 양성되던 당시 직업 화가의 필수 코스로 당대의 대표 화가들에게 사사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 그림을 배우러 유학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보다 훨씬 북쪽에 있는 네덜란드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해양성 기후 탓이리라. 브뤼헐이 그린 『눈길 속의 사냥꾼』은 앤트워프시가 당시 스페인 식민지였던 네덜란드의 스페인 총독 에른스트 대공에게 바친 6장의 달력화 가운데 1점인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얻은 화가의 기억에 의존하여 실내에서 제작된 그림이었을 것이다. 사진이 없던 당시에 화가가 의존할 수 있는 묘사란 자신의 기억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러므로 그의 풍경화를 보며 온 세상을 뒤덮은 하얀 눈과 겨울 풍경에 대한 동경을 감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처음 브뤼헐의 이 그림을 보았을 때는 누가 언제 그런 작품인지 몰랐지만 『눈길 속의 사냥꾼』을 본 순간 한눈에 반해버린 이유일 것이다.
빈손으로 마을로 돌아오는 사냥꾼들의 어깨는 쳐져 있고 사냥꾼을 따르는 사냥개들은 허기와 사냥몰이의 피로함에 앙상하게 말라있다. 언덕을 내려가는 이 고단한 귀가에 아랑곳없이 얼어붙은 연못 위에 썰매는 지치는 사람들은 흥겹고 흰 눈을 이고 있는 먼산 겨울은 깊다. 브뤼헐이 식민지 총독을 위해 그린 달력화의 다음 장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