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우 옐로우 암스테르담
Mellow Yellow, the oldest cannabis coffee shop in Amsterdam, the Netherlands
2012. 8.
헤도헌(gedogen)이라는 네덜란드어 낱말은 타동사로 “참다, 견디다, 눈감아 주다, 용서하다” 등으로 뜻 풀이 되고 어느 책에서 보기로는 네덜란드식 사회적 관용을 대표하는 낱말이라고도 한다. 사실 네덜란드식 헤도헌이라는 낱말은 간단하지 않은 역사적 사회적 맥락과 함의를 가지고 있어서 내 짧은 잡문 실력으로 그것을 풀어놓을 재주도 없다. 다만, 오늘 아침 대마초와 관련된 어떤 언론 기사를 보고 오래 전 암스테르담 여행 중에 찍어온 내 막샷 한 장이 오버랩 되어 몇 자 남기려 한다.
헤도헌이란 누가 사회적으로 나쁘다고 여겨지는 행동 또는 불법인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눈 감아준다, 모른 척한다는 뜻으로 단순히 이걸 ‘관용’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네덜란드 사람들이 다 착한 사람들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금지하고 단속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따져보고 차라리 모른 척하는 편이 더 싸게 먹힌다면 모른 척하자는 지극히 합리적인 발상에서 나온 사회적 합의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식 헤도헌의 여러 실증 사례의 하나로 대마초 흡연이 합법인 나라가 네덜란드라고 소개되는데 물론 여기에도 간단치 않은 스토리가 있다.
1960년대 암스테르담 커피숍에서 당시로서는 불법이었던 대마초 거래가 창궐하자 이를 단속하려는 네덜란드 당국과 피하려는 대마초 거래자들 사이에 진이 빠지는 숨바꼭질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1970년대에 들어 암스테르담 지방정부는 강력한 마약의 수요를 억제하고 예방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해악이 적은 대마초의 흡연을 합법화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는 암스테르담 지방 정부의 조처일 뿐 네덜란드 나라 전체가 대마초를 합법화한 것도 아니고 허가 받은 커피숍에서만 거래하고 흡연을 허용한 것뿐이라는 점이다.
이 대마초 거래를 위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2년에 암스테르담에 멜로우 옐로우(Mellow Yellow)라는 상호의 커피숍이 문을 열었는데 1975년의 합법화 조처로 이후 멜로우 옐로우에서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매매하고 흡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암스테르담에서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판매하고 흡연할 수 있는 이른바 대마초 커피숍은 223개소에 이른다는 것이 영문 위키사전이 전하는 바이다. 오래 전 암스테르담 여행 중에 굳이 구경하겠다고 찾아간 것은 아니고, 다른 곳을 찾아가다가 우연히 관광안내책자에서 ‘최초의 대마초 커피숍’이라고 멜로우 옐로우를 소개한 글을 본 기억이 언뜻 나서 그야말로 스쳐지나 가며 멜로우 옐로우의 사진을 찍어두었던 것인데 오늘 아침 대마초와 관련된 어느 범법자의 기사가 보이길래 잡문 몇 자 남기는 것이다.
이 글을 포스팅하려고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았더니 멜로우 옐로우라는 상호가 1960년대부터 유명했던 영국가수 도노반(DONOVAN)이 부른 같은 제목의 노래에서 유래했다고 적혀 있으며, 도노반의 멜로우 옐로우라는 노래가 환각작용이 있다고 잘못 알려진 말린 바나나 껍데기 흡연과 연관이 있어서 대마초 커피숍의 상호를 거기서 따 왔다는 정보를 전하고 있었다. 한편, 암스테르담의 대마초 커피숍 멜로우 옐로우는 2017년 문을 닫았다는 정보도 전하고 있는데, 학교 250m 이내에는 그러한 업종의 가게를 열지 못한다는 새 규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고 한다. 당시 업주는 그 학교라는 게 미용학교고 학생들 대부분이 성인이라 가게 문을 닫으라는 시 당국의 조처가 부당하다 하소연 했는데, 그의 호소는 얄짤 없이 기각되었던 모양이다. 하여간 이제 암스테르담에 가더라도 옐로우 멜로우는 사라졌을 테니 내 못 찍은 사진은 나름 소소한 기록 사진으로 남게 될 것이다.
Any Dream Will Do
Jason Dono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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