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퍽 라베넘
JUL 2011 and JUN 2013 HWP
라베넘(Lavenham)은 중세에 세워진 교회와 중세 양식의 오랜 건물들이 잘 보전되어 있는 영국 남동부 서퍽 지방의 소도시이다. 15세기와 16세기 양모산업으로 크게 번창했다. 라베넘을 둘러싼 영국 남동부 지방의 얕은 구릉지대가 양들의 방목에 최적의 입지라는 점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15세기 말 라베넘은 규모가 훨씬 더 큰 대도시 요크(York)나 링컨(Lincoln)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하나였다. 이렇게 쌓은 부를 바탕으로 1525년에 마을 높은 언덕에 호화로운 교회 건물을 지었는데 높이 43m의 교회 첨탑은 당시 영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며 시내 도처에 중세 시대 라베넘의 부를 과시하는 건물들이 수 없이 들어섰다. 우리가 잘 아는 엘리자베스1세 여왕의 부왕으로 또 스스로 영국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헨리8세가 1487년 이 마을을 순시했을 때 왕은 이 마을 부자들에게 너무 재산이 많다며 벌금을 때렸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질 정도였다.
그러나 라베넘의 양모산업은 16세기 후반 급격한 몰락을 길을 걷게 된다. 라베넘 인근 대도시인 콜체스터(Colchester)에 네덜란드 독립전쟁의 와중에 스페인의 박해로부터 바다 건너 영국으로 피난을 온 네덜란드 피난민들이 정착을 하게 되는데 이 네덜란드인들은 라베넘의 양모보다 훨씬 가볍고 품질이 좋은 양모를 더 싼값에 제조해내었을 뿐더러 유럽 대륙으로부터 값싼 양모들이 영국에 수입되기 시작하자 라베넘의 양모 산업은 쇠퇴하고 만 것이다. 이 갑작스럽고 극적인 변화가 아이러니하게도 라베넘에 중세 튜턴 양식의 전통 건물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전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즉, 후손들이 옛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지어 올릴 경제적 여력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18세기 말 래버넘에는 제인 테일러(Jane Taylor)라는 시인이 살았는데 "반짝 반짝 작은 별(Twinkle Twinkle Little Star)"이라는 유명한 동요 가사를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래버넘의 많은 옛 건물들이 주요 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으며 이스트 앵글리아(East Aglia)라 통칭되는 영국 남동부 지방 대표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다.
라베넘이 영국 양모산업을 대표하는 지명이다 보니 이 지명을 딴 기성복 브랜드도 있다. 영국 브랜드인, 그러나 아마도 메이드 인 차이나이거나 기껏해야 메이드 인 폴란드일 이 기성복의 인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지 많은 쇼핑몰에서 라베넘 브랜드 의류를 내 걸고 있다. 그런데 한결 같이 이 브랜드를 "라벤햄(La-ven-ham)"으로 표시하고 있는데 라벤햄이라 발음할 때 이를 알아 들을 수 있는 영국사람이 있을까 싶다. 라벤햄 아니고 '라베넘'이며 보다 영국 사람들의 발음에 충실하자면 2 음절(syllables), '랍넘'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한다. 대체로 지명 끝에 붙는 접미사 격의 햄(ham)에서 'h'는 묵음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쉽겠다. 예컨데 버밍햄(Bri-ming-ham)이 아니고 버밍엄이다.
라베넘에 있는 드 비어 하우스(De Vere House)-위 두번 째, 세 번째 사진-는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고드릭의 골짜기(Godric's Hollow) 집으로 등장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영국 문화재로 등재된 이 집은 현재 개인 소유로 소유주는 이 집을 영국 전통 숙박업소인 B&B(bed and breakfast)로 개조하여 숙박객을 맞고 있다고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 소개하고 있다. 하룻밤 숙박비는 110파운드, 요즘 환율로 16만 원 정도 되겠다. 관심 있는 분들은 론리 래닛을 통해 검색해보시면 되겠고, 영국 살아본 1인으로 조언하자면 구경까지는 좋은데 영국 B&B, 가성비로 보아 추천할만한 숙소는 ‘전혀’ 못 된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란다.
Canon in D Major
PIANI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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