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여유당
2017. 7.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서울시 시정에 대한 민원을 들어주는 안내센터가 있다는 방송을 듣는데 이 안내센터를 다산콜센터라 한다. 다산은 정약용, 그 분을 일컫는 말이리라. 이렇게 다산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명문가에 태어나 이른 나이에 벼슬 길에 올라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으나 정조의 사망으로 남인 세력이 실각하자 이후 19년 동안이나 유배 당하게 된다. 이 유배생활 동안 자신이 정치인으로 또 직업관료로 일할 때의 경험과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목민관, 즉 관리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덕목과 사회개혁을 주장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기게 되는데 그 대표작이 목민심서(牧民心書)라 한다. 정치적 소외의 울분과 유배생활의 아픔을 딛고 후세를 위한 저작에 몰두한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생가 그리고 그분의 묘소가 경기도 남양주 마재마을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곳이 또 풍광이 빼어나기로 유명한 양수리 곧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인근이라는 것을 알아 언젠가는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보자 하였다. 다만 집에서 출발, 편도 거리로만 65km에 이르는 먼 길이라 작심하기가 쉽지 않았던 차에 지난 주말에 드디어 자전거를 타고 다산 정약용의 생가를 찾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 한강 물길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도로는 거침이 없었고 강변의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과거 중앙선 옛 철길이 놓였던 자리는 중앙선에 새 철길이 열리자 자전거 도로로 바뀌어 정취가 더했다. 아쉽게도 정약용의 생가 입구에는 "자전거 반입금지" 팻말이 붙어 소박한 중부지방 반가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다산 생가 입구에서 안쪽을 훔쳐보며 서성이다가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자전거가 보행자를 불편하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자전거도 사람 소지품이니 "자전거 탑승금지" 정도였더라면 좋으련만, 자전거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는 반대로 자전거를 배척하는 장소 또한 늘고 있어 이 점이 늘 안타깝다. 서울 서쪽에서 남양주와 구리를 지나 팔당까지 다녀온 자전거 길이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그럼에도 초여름, 팔당까지 갔다가 강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마냥 힘들지 많은 않았던 까닭은 다산 정약용, 그분의 생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지난 토요일, 긴 장거리 라이딩 중에 딴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거니와 좋은 사진을 얻기에 날씨마저 좋지 않았고 언제나 고독한 라이더를 자처함에 동행도 없던 처지라 흔한 인증샷 한 장 못 찍은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눈으로 많은 풍경을 담고 마음으로 좋은 의미를 담아왔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