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집, 지베르니, 프랑스
La maison de Monet, Giverny, Normandy, France
2012. 4. 7.
젊었을 때 가난으로 무척 고생 했다지만 그 시대 같은 길을 걸었던 화가들 중 모네(Claude Oscar Monet) 만큼 화가로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쥔 사람도 없지 않을까 한다. 1840년에 태어나 1926년에 사망했으니 꽤 장수 한 편이고 그렇게 개인으로 누릴 수 있는 복들은 거의 누리다 사망한 것이다. 예술적 재능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고 그의 이력을 자세히 읽으면 그가 꽤 영민하고 이재에 밝았던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처신에도 능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873년 서른 넷의 나이에 그 유명한 「인상, 해돋이」(Impression, soleil levant)라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작품으로 그는 세간으로부터 엉터리 그림을 그렸다는 악평을 들어야만 했는데 악명도 유명세는 유명세라 그때까지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그는 일약 세간의 주목을 받는 화가로 떠올랐고 그 덕분이었던지 그림도 제법 팔리고 생활도 제법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1883년에 그는 번잡한 파리에서 벗어나 그의 고향과 가까운 조그맣고 한적한 마을 지베르니(Giverny)에 있는 제법 큰 집을 임차해서 그곳에서 창작활동에 전념했다. 이후 그는 수많은 걸작들, 그리고 비싼 값에 팔리는 그림들을 쏟아내게 되었다. 지베르니에서 보다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된 것도 그가 수준 높은 작품들을 내놓는데 한 몫 단단히 했으리라. 투자를 한다고 항상 그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의 투자는 분명 현명했던 것 같다. 1890년에는 월세로 들어갔던 지베르니 저택을 아예 사들일 만큼 그림을 팔아 부유해졌고 내친 김에 이웃 건물과 토지들을 사들이고 앞 마당을 더욱 넓혀 앞 마당에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일본식 정원을 꾸몄다. 잘된 투자는 지속적으로 자기증식을 하는 법이다. 이 일본식 정원에서 그 유명한 수련 연작이 나왔을 뿐 아니라 지베르니와 가까운 루앙대성당의 연작들이 탄생했다. 1926년에 사망한 모네는 그의 유언대로 지베르니 교회에 묻혔다. 그의 사후 지베흐니의 저택과 정원은 그의 아들에게 상속되었고 1966년 그의 아들 이 저택과 정원을 프랑스 회화협회에 기증했다. 현재 클로드모네재단(Fondation Claude Monet)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저택과 정원은 1980년부터 일반대중에게 공개되었고 만만찮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수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모네는 이웃과 후손들의 밥벌이까지 살뜰이 챙기시고 가신 그야말로 이재에 참 밝으셨고 후덕했던 분이 아닐까 한다.
세월 참 빠르다. 벌써 한달 전이 되어버린 지난 부활절 연휴에 노르망디 지방을 여행하면서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에 들렸다. 꼭 가 볼만한 곳이라는 지인의 강추가 있었는데 그는 아마 내가 회화에 꽤 관심이 있고 인상파 화가들과 관련된 책을 제법 많이 읽어 치웠다는 것을 모르고 있으리라. 지베르니 모네의 집에는 그의 작품이 남이 있지 않았고, 그가 한때 열심히 수집해 모은 일본 판화 유키요에(浮世繪)만 벽면 가득했지만 분홍색과 초록색이 칠해진 모네의 집을 배경으로 만개한 튜립이 너무 좋았고 삽상한 봄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하얀 분꽃이 내 눈을 찔러 잠시 눈물이 찔끔 나왔다. 2012
프랑스 노르망디 지베르니 모네의 집
La maison de Monet, Giverny, Normandy, France
2012. 4. 7.
배경음악: 스윗라떼 - 달콤한 행복을 꿈꾸다
Claude Monet, The Artist's Garden at Giverny, Musée d'Orsay in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