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하면 남미 콜롬비아가 떠오르지만 커피의 원산은 남미가 아닌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다. 7세기경부터 에티오피아 고산지대에서 작물로 재배되기 시작했으며 10세기경 커피는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 반도 일대 이슬람 문화권으로 건너가 이슬람인의 기호음료가 되었다. 특히 에티오피아와 홍해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위치한 예멘에서 커피 재배와 소비가 무척 흥성했다.
커피는 17세기가 되어서야 유럽으로 건너갔다. 지중해 교역로를 통하여 유럽으로 흘러 든 커피는 금방 유럽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고급 기호품이 되었는데 처음 아라비아 산 커피를 무역을 통하여 유럽에 공급한 사람들은 당시 해상 무역을 통하여 전성기를 구가하던 네덜란드 사람들이었고 작물로서 커피를 유럽에 대량으로 공급한 사람들 역시 네덜란드 사람들이었다. 아라비아 모카(Mocha)항을 거쳐 네덜란드로 흘러 들어간 커피 묘목을 온실에서 키우는데 성공한 네덜란드 사람들은 곧 이 작물을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성공적으로 재배하게 된다. 이후 150년간 인도네시아의 자바와 수마트라는 세계 제일의 커피 공급지가 되었으며 이 커피가 당시 융성하던 네덜란드의 경제적 기반으로 단단히 한 몫 하였음은 물론이다. 커피 재배와 무역이 수지맞는 장사가 되자 당시 남미에 식민지를 가지고 있던 스페인, 포르투갈이 경쟁적으로 남미에서 커피 재배를 시작했다. 그런데 19세기 중반이 되자 인도네시아 커피나무에 녹병이 번져 인도네시아의 커피 농장이 황폐화되고 말았다. 이로서 네덜란드의 커피 독점시대로 막을 내렸고 그 자리는 브라질이 차지하게 되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의해 인도네시아에서, 18세기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의해 남미에서 재배된 커피는 19세기에 이르자 영국과 독일인에 의해 아프리카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유명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시공간적 배경이 바로 이 무렵 아프리카 커피 농장이다. 물론 영화 속의 아프리카 커피 농장은 쫄딱 말아 먹고 말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천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돈 커피 재배의 역사는 근세에 이르자 서구 열강의 식민지 침략 경로를 따르는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서구인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때, 그리고 남미 대륙이 커피의 본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때는 작물로서 커피의 긴 역사를 생각하면 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항공기 기내 잡지를 읽고 흥미로워 정리해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