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브레멘
2017. 2. 16.
독일 출장을 다녀와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출장 중 브레멘(Bremen)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이 ‘브레멘 음악대’의 그 브레멘을 다녀오신 거냐 물었다. 내가 되묻기로 브레멘이 음대로 유명하냐 했더니 아들이 말하길 어릴 때 어린이집에서 본 뮤지컬이 「브레맨 음악대」인데 라며 말끝을 흐렸고 아들과 나의 대화를 듣던 아내가 동화 같은 그런 게 있다며 대화를 잘라 버렸기에 동화 건 뭐건 브레멘 음대와 관련이 있겠지 바흐, 헨델, 파헬벨, 모짜르트, 베토벤이 다 그쪽 동네 독일 사람들 아닌가 그러니 독일에 유명한 음대가 있기로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 초등학교 고학년 과정과 중학교 저학년 과정을 영국에서 마친 아들의 우리말 표현이 서툴러 그런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오늘 밤 그 브레맨에서 담아온 못 찍은 사진을 보다 문득 브레멘 음악대가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니 음대(college)가 아니라 음악대(band)라는 결과가 나왔다. 유명한 그림(Girmm) 형제의 동화로 원제가 “Die Bremer Sadtmusikanten”라 되어 있어 독일어를 모르나 그 뜻을 유추해보아 “브레멘시 음악단” 정도의 뜻을 가진 것이겠거니 했다. 당나귀, 개, 고양이, 닭을 의인화한 동화라는데 이들 동물들이 오랜 역사를 가진 브레멘시 음악단에 가입하려고 길을 나선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그린 동화이며 이 동화에 곡을 붙여 만든 희가극 오페레타(operetta)가 유명하다고 한다. 줄거리를 읽으니 동물들이 브레멘시 음악단에 가입할 뜻만 있었을 뿐 정작 브레멘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막을 내리는 것 같은데 영문 위키사전에 따르면 동화 그리고 오페레타가 하도 유명하다 보니 1957년에 당나귀, 개, 고양이, 닭의 동화 속 모습처럼 만든 청동상이 브레멘 시청 근처에 세워진 모양이다. 브레멘 시청 앞 광장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브레멘 음악대를 브레멘 음대로 알았던 내 눈에 그 청동상이 들어올 리 없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아들의 표현이 서툰 것이 아니라 내 귀가 자주 아들을 향해 닫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볼거리가 많은 브레멘 구 시가는 브레멘중앙역에서 걸어 십 오분 정도 걸리는데 그 중간 쇼핑 거리에 큰 돼지들과 세끼 돼지들 그리고 돼지몰이꾼 청동상이 서 있었다. 브레멘 음악대 청동상은 보지도 못하고 이 돼지 떼와 돼지몰이꾼 청동상 사진만 몇 장 담아왔는데 돼지를 방목하여 키우는 것을 영국에서 많이 본 탓인지 분위기가 자연스럽고 조형이 탁월하다는 느낌이 들어 이 돼지 청동상을 무슨 이유로 언제 브레멘의 중심가에 세웠는지 검색해봤더니 1974년에 거리 상인들이 기금을 모아 조성한 것이라 하고 또 그 거리 명칭 죠게스트라서(Sögestraße)가 중세 독일어로 암퇘지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하여 청동상을 그렇게 세웠다 한다. 다시 봐도 재미있는 사진인데 사진 속에 얼 빠진 듯 서있는 남자가 꼭 내 모습 같기만 해서 못 찍은 사진을 보는 기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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