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흥보다 그저 술을 즐기기 때문에 유흥업소 출입은 거의 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제는 돈도 없고 체력도 달려 유흥업소에 출입할 여력이 없다. 그런데 한 달에 두 세 차례 업무 때문에 만나고 만날 때마다 같이 술 한 잔 하게 되는 절친 김 상무는 바(bar)라 부르는 유흥주점을 좋아해서 그 친구 따라 그의 단골 바를 몇 차례 들린 적 있다. 처음 그 바에 들렸을 때 연예인 같은 미모의 여자 종업원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어 보니 성격까지 밝아 이 멋진 아가씨를 보려고 김 상무의 이 집 출입이 잦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술을 따르는 그녀 손을 보니 손등에 제법 커다란 별 모양의 문신이 보이고 긴 소매로 덮은 손목 위로 알 수 없는 문자가 새겨진 문신이 이어져 있었다. ‘저 문신은 대체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만 3년간 영국 주재원 생활로 영국 사람들에 대한 많은 좋은 기억들을 남겼지만 사람 일이 그렇듯 영국 사람들에 대한 나쁜 기억도 함께 남겼는데 영국 사람들의 문신도 나쁜 기억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영국에서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들을 주변에서 너무 자주 봤다. 내가 공맹의 가르침을 숭상하는 사람들의 후손이라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하여 몸에 터럭 하나라도 마음대로 손대지 아니하는 것을 효의 기본으로 알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길거리에서 몸에 잔뜩 문신을 세긴 어리다고 해야 마땅할 젊은 여성이 담배 뽀끔뽀끔 피면서 유모차를 몰고 가는 장면을 보고 기겁했다. 이런 장면은 드문 예외가 아니라 영국 생활 시작부터 영국을 떠날 때까지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던 장면이었다. 문신은 내가 일 하던 사무실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회사의 직원업무규정에는 ‘문신을 새긴 사람은 근무 중에 그 문신을 의상으로 가려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어린 여성의 출산과 흡연과 문신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단정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색하다. 하지만 이것들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는 것은 비단 나 한 사람만은 아닐 것이고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은 솔직히 동서를 떠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몇 번 출입으로 면을 익힌 후 그 바의 종업원 아가씨에게 문신 이야기를 했더니 어릴 때 별 생각 없이 새긴 문신이라 한다. 자칫 상처가 될 수도 있겠기에 무척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었는데 선선하게 웃으며 성인이 되고 나니 후회가 크더란다. 그리고 문신 지우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한다며 밝게 웃어줬다. 물론 내 이성은 여전히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프랑스와즈 사강을 지지하고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에 대하여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편에 서있다. 하지만 그것은 본인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성년에 한한 권리여야 한다고 믿는다. 청소년 시절 깊은 생각 없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치고 문신이라는 것은 때로 너무 과한 징벌이 되지 않는가? 미성년자에게 문신을 시술하는 행위자체를 불법으로 하고 이를 어기면 엄벌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것은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