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체셔 체스터

Chester, Cheshire, UK

2013. 7.

 

영어로 줄리어스 시저라 하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는 고대 로마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다. 러시아어로 짜르(czar), 독일어로 카이저(kaiser)라 하는 황제의 어원이 카이사르이다. 영어로 황제 엠퍼러(emperor)는 로마의 개선장군을 뜻하는 임페라토르(imperator)에서 비롯되었는데 이 말 역시 카이사르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카이사르는 기원전 55년과 54년 두 차례 오늘날 영국 땅을 침략해 들어가는데 정적들로부터 불의의 암살을 당해 살아 생전에 영국 정복을 마치지는 못했지만 후대 황제들이 영국 정복을 완료하여 그 후 약 오백 년간 오늘날 영국 땅 대부분은 로마의 속주 프로방키아 브리타니아(Provincia Britannia), 곧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다. 말이 오백 년이지 역사 시대로 한정할 때 오백 년은 긴 기간이다.

 

오늘날 영국의 많은 도시들이 로마가 영국을 침략하면서 세운 병영에서 비롯되었다. 수도 런던은 로마가 세운 론도니움(Londinium)에서 비롯되었고 체스터니 셔스터니 카스터니 하는 이름 꼬리가 달린 영국 도시들이 다 로마의 병영도시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라틴어 카스트라(Castra), 그 단수형인 카스트럼(Castrum)은 군사 건축물 혹은 군사 도시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맨체스터, 만-체스터(Manchester)가 먼저 떠오른다. 내게는 콜-체스터(Colchester)가 훨씬 더 익숙하지만. 그냥 체스터(Chester)라는 도시도 있다. 영국 지도를 보면 체스터가 영국 북쪽과 서쪽 웨일스(Wales) 지방을 향하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리쉬 해(Irish Sea)의 제해권 확보에도 최적인 입지다. 로마가 오늘날 영국 땅을 지배하던 시절 가장 큰 병영도시가 이 체스터에 있었다. 그렇지, 좋은 군사기지가 대충 아무데나 세워지는 법은 없다. 지난 7월에 체스터에 갔다. 가자 해서 간 것이 아니라 웨일스가 행선이었는데 웨일스 북쪽으로 가자면 체스터를 거치게 되어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이 영국 땅을 통치하면서 그렇게 해놨다. 이 체스터에는 그로스브너박물관(Grosvenor Museum)이 있어 과거 로마통치 기간 중 영국과 체스터의 면모를 짐작할 수 있는 발굴 유물과 전시물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입장은 무료이니 혹 체스터에 갈 일이 있는 분이라면 외면할 이유는 없겠다. 건물 자체도 1885년에 세워진 문화재로 가히 볼만 하다.

 

혹자는 오늘날 영국 땅의 역사는 로마가 영국 땅을 침략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세상에, 남의 식민지가 되면서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니? 우리 기준으로는 참 찌질한 게 아닌가 싶은 말이다. 그럴까? 이 문장의 객체는 영국 사람이나 영국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영국 땅이라 했다. 굳이 찌질 했다면 그것은 고대 영국 땅에서 벌어진 역사이지 영국이라는 국가 혹은 그 국민의 역사는 아닐 것이다. 고대 로마시대 영국 땅 대부분이 로마의 식민지였다 하여 영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찌질하게 생각할 이유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오늘날 영국 사람들은 우리 생각으로는 찌질 했던 역사를 되새김하기 위하여 로마 시대의 유물을 발굴하고 잘 전시하고 그것을 알리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역사는 연구의 대상이 되는 객체에 대해 객관적인 엄정함을 유지할 때 과학적 학문이 되고 또 오늘과 내일을 위한 교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해본 것도 지난 영국 생활에서 얻은 것이라면 얻은 것이라 하겠다.

영국 체셔 체스터

Chester, Cheshire, UK

2013. 7.

 

BGM

Settping on the Rainy Street by The Day Dream

 

 

'○ 영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국왕립미술원  (0) 2018.12.13
휘트비의 캡틴 쿡  (0) 2018.11.20
워즈워스의 비둘기 집  (0) 2018.11.04
영국의 호수지방  (0) 2018.10.28
Sound of Slince  (0) 2018.10.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