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호수지방 그래스미어 일대, 도브 코티지

DOVE COTTAGE AND GRASMERE, CUMBRIA, UK

2012. 6. 4.

 

영국 살 때 부활절 연휴 기간에 차를 몰아 영국 남부에서 출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를 구경하고 영국 최대 절경 중 하나라는 호수지방(Lake District)을 도는 여행을 떠났다. 영국이 유럽 대륙 서북쪽 끝에 붙은 섬나라이기는 해도 작은 나라는 아닌데 고작 며칠 휴가로 그 먼 거리를 차를 몰아 다녔으니 구경은 그저 여행안내 책자의 소개 포인트를 찍는 식일 수밖에 없었다. 윈더미어, 그래스미어, 엠블사이드 등 볼만하다며 소개하는 곳은 많아서 우선 그래스미어(Grasmere)라는 호반마을에 도착했는데 여행안내 책자에 유명한 영국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가 살던 집 도브 코티지(Dove Cottage)가 워즈워스 기념관으로 꾸며져 근처에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워즈워스라는 이름에 반색하며 대번에 거길 가보기로 했던 까닭은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그 이름을 접했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충 알고 찾아간 도브 코티지인데 여행 후 남은 사진과 도브 코티지에 얽힌 사연을 검색한 결과가 아래와 같기에 사진을 편집하고 그 사연을 정리하여 몇 자 글을 남긴다.


워즈워스는 호수지방에서 나고 자랐다. 1787년 케임브리지대학교 입학을 계기로 호수지방을 떠났고 이후 12년 동안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히며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윈 위즈워스는 특히 한 살 아래 누이동생 도로시(Dorothy Wordsworth)와의 우애가 각별했는데 남매는 1799년 12월 호수지방으로 함께 돌아와 도브 코티지에 정착했다. 윌리엄 워즈워스는 도브 코티지 정착 후 어린 시절 동창생이었던 메리 허친슨과 결혼했는데 도로시는 윌리엄의 결혼 후에도 도브 코티지에 함께 살며 윌리엄의 창작활동을 도왔다. 도로시는 평생 독신이었고 스스로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윌리엄 워즈워스의 걸작 중 그녀로부터 영감을 얻어 창작된 것이 적지 않고 호수지방에서 겪은 워즈워스 가족의 일상을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담은 그녀의 일기는 1897년 『그래스미어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일기체 문학의 걸작으로 각광 받았다.

결혼 후 워즈워스 부부는 세 명의 자녀를 낳은 데다 도브 코티지를 찾는 손님마저 늘어나자 대가족이 모여 살기에 도브 코티지가 협소해졌다. 1808년 워즈워스 가족은 도브 코티지를 떠나 이웃 마을로 이주 했지만 오래 살지는 않았고 1813년에 엠블사이드 인근 작은 마을 라이달(Rydal)에 있는 큰 주택을 얻어 정착했다. 영국의 옛 집에는 대개 특색 있는 택호가 붙는데 라이달 마운트(Rydal Mount)라는 이 큰 주택에서 윌리엄 워즈워스는 1850년 사망할 때까지 35년을 살았다. 그러나 윌리엄 워즈워스는 도브 코티지에서의 8년간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으며 그의 걸작 다수가 도브 코티지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위즈워스 가족의 이주 후 도브 코티지는 여러 세대가 살다 갔지만 1890년 워즈워스를 기념하여 창립된 워즈워스재단(The Wordsworth Trust)이 구입한 주택도 라이달 마운트가 아니라 바로 도브 코티지였다. 도브 코티지는 워즈워스가 살던 당시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잘 보존되었고 1891년부터 워즈워스기념관으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영국 호수지방 그래스미어 일대, 도브 코티지

DOVE COTTAGE AND GRASMERE, CUMBRIA, UK

2012. 6. 4.

 

음악: 대니 보이 피아노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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