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피에르퐁
2013. 5. 5.
Château de Pierrefonds, Oise, France
BGM: Sunny by Shizuku Mori
그 봄에 영국에서 차를 몰아 프랑스 베르사유와 파리, 퐁텐블로, 바르비종, 콩피에뉴로 이어진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가 14세기 처음 만들어져 아직도 그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고성으로 유명한 피에르퐁(Pierrefond)이었다. 한때 대단한 위세를 자랑했다던 피에르퐁 성은 역사의 격랑에 휘말려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는데 18세기 나폴레옹 1세가 폐허가 된 성의 가치를 알아보고 헐 값에 사들였고 나폴레옹 3세는 많은 돈을 들여 성을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피에르퐁에 도착해서 성 바로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정작 성 내부는 구경조차 하지 않고 성 밖에는 볼 것이 없는 작은 마을 피에르퐁을 한 바퀴 산책한 다음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 프랑스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영불해협의 프랑스 쪽 항구 칼레(Calais)의 호텔로 서둘러 차를 몰았다. 그렇게 칼레를 향해 프랑스 고속도로 위를 달리면서 유명한 피에르퐁 성의 턱 밑에 까지 들어가서도 끝내 성 내부를 구경하지 않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까닭은 피에르퐁을 떠날 때 일주일 정도 짧은 시간 동안 파리와 그 외곽 명소를 한 바퀴 도는 강행군 끝에 아내와 아들뿐 아니라 나조차 체력이 거의 방전되어 버려 숙소를 예약해둔 칼레로 어서 달려가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으며 아내 말대로 그간 유럽에서 그 숱한 고성 안을 들여다보았던 바 다 거기가 거기고 그게 그거일 테니 몸도 고단한데 뭐 하러 성 안의 그 가파른 돌계단을 또 밟겠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와 그때 찍은 못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니 그보다는 마을을 산책하며 멀리서 바라본 성의 풍경만으로 충분히 그 짧은 여행을 만끽했다 싶었을 것이다. 제법 오래 전 일이지만 피에르퐁과 칼레 사이 프랑스 고속도로를 운전하던 때 그 칠흑 같은 밤의 기억이 아직 선한 까닭은 피에르퐁에서의 그 눈부신 5월 해가 기우는 하오 햇살에 대한 기억의 반영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피에르퐁
2013. 5. 5.
Château de Pierrefonds, Oise, France
BGM
Sunny by Shizuku M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