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공항
Hamburg Airport, Germany
2017. 2.
탑승 게이트 앞에 미리 앉아 있어봐야 오픈 직전에 게이트를 바꿔 버리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별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 귀국 환승 항공편을 타기 위해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향하는 비행기 탑승을 위해 세 시간 전에 함부르크국제공항에 도착한 까닭은 피로했던 열흘 간 출장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조바심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객지에서 항상 겪게 마련인 돌발 사태에 대비하자는 조심스러움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일찌감치 탑승 게이트 앞에 도착하여 맥주를 홀짝이며 의미 없는 사진이나 찍고 있다가 창 밖 너머 하늘을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요맘때 북유럽 날씨 그대로 낮고 두꺼운 회색 구름 아래 빗발이 바람에 세차게 흩날리고 있었다.
그 사이 탑승객이 하나 둘 모여들고 탑승권에 표시된 게이트 오픈 시간이 가까워 오자 아니나 다를까 더치(dutch) 항공사는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안내 방송을 반복하며 탑승 게이트를 C4에서 A20으로 바꾸어 버렸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튀어 나온 “에이 투웬티?”라는 짧은 외침 때문에 주변 탑승객 몇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그 중 몇은 입에 실소를 머금고 눈으로는 “이럴 줄 몰랐냐?”라는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잘 알고 있는데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걸 난들 어떡하냐? 랩톱이 든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들쳐 매고 숨을 헐떡이며 변경된 탑승 게이트로 이동하면서 창밖을 보니 루프트 한자 항공기 한 대가 세찬 비바람을 뚫고 이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