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국밥 돼지국밥

2024. 12. 19.

요리사 박찬일이라는 이름을 나는 책을 통해 먼저 알았다. 몇 해 전 그가 낸 『백년식당』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문장이 수려해서 그제야 방송화면을 통해 요리사로 알던 그의 지난 이력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기자 생활을 하였으며 음식과 요리 책을 많이 낸 인기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편 박찬일은 음식점 직접 경영하기도 해서  광화문 조선일보 뒤쪽 옛 건물에 광화문국밥이라는 음식점을 내고 있다 하고 그 음식점이 여러 해에 걸쳐 미쉐린 빕 구르망 업소로 선정되었다는 것 그리고 광화문국밥이 메인 메뉴로 돼지국밥을 밀고 있다고 해서 부산 출신에다 돼지국밥 매니아를 자처하는 나로서는 박찬일의 광화문국밥에서 돼지국밥 한 사발 영접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부산 사투리로 대지국밥으로 들리는 부산식 돼지국밥을 제대로 조리해내는 음식점을 서울에서 본 적이 전혀 없어서 역시 책을 통해 부산식 돼지국밥 매니아임을 자백한 박찬일 업소가 판매하는 돼지국밥은 어떨까 궁금했다. 검색해보니 만만찮은 줄식당이라 하여 피크 타임을 살짝 넘긴 오후 1시 즈음에 광화문국밥에 도착해보니 다행이 대기 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는데 혼밥 손님들이 불편 없이 식사할 수 있도록 1인 테이블 정갈하게 마련하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잘되는 집은 이유가 있다.

그리고 대망의 돼지국밥, 맑은 국물 간도 매우 적당하고 제주도산 흑돼지 살코기를 쓴다는데 돼지고기도 야들야들 부드러워 국밥이 느린마을 막걸리와 함께 술술 먹어갔다. 그런데 이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한편으로 생각하니 ‘대지국밥이 이기 아인데...’ 하는 생각이 들고 말았으니 우선 잘하는 집 부산식 표준 돼지국밥과 비교해 국물이 너무 맑은 점 그리고 부산식 돼지국밥의 화룡점정이라할 뻘건 정구지무침이 없다는 점 때문이 아닌가했다. 광화문국밥  돼지국밥 한 그릇 정말 맛나게 잘 먹었지만 부산식은 아닌 걸로, 굳이 가져다 붙이자면 박찬일식 돼지국밥인 것으로 마무리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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