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 광주식당 동태탕
2025. 2. 26.
이 겨울이 다 가기 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출연업소라는 동태탕 집 광주식당에서 동태탕 한 사발 영접하고 왔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묘역 구제시장 골목 틈에 자리 잡은 작은 업소였다. 심지어 오픈 런을 해도 대기 필수라는 블로그 글을 보고 방문했는데 업소에 도착해보니 역시 제법 긴 대기 줄을 볼 수 있었다. 줄 서서 밥 사먹기 질색인 꼰대 할재는 잠시 망설였지만 오직 한 가지 메뉴 동태탕만 패는 푸드 파이터 아우라가 업장에 서린 듯 그 기운빨에 홀려 30분 정도 대기 탔더니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홀에 자리 잡고 좌석 수를 눈대중으로 헤아려 보니 딱 14명이 한 번에 식사를 할 수 있겠는데 어찌 대기가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업소를 소개하는 블로그 글을 보니 하루 1,000그릇 동태탕을 파는 업소라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영업시간 내 70번 가량 회전이 돌아야 하니 기네스북 등재 깜이 아닌가? 업장 규모는 한 분이 조리하고 또 한 분이 서빙할 수 있는 딱 그 크기 만큼인데 장사 된다고 규모를 늘려봐야 인건비로 바치고 임대료로 뜯기고 나면 업주 손에 남는 건 별로 없기 십상이라 장사 현명하게 사시는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동태탕 레시피라는 게 다시 국물에 뻘건 고춧가루 팍팍 풀고 살이 실한 동태 토막과 굵직하게 썰어낸 무와 포슬포슬한 조각 두부의 조합을 팔팔 끓여내는 것이겠고 누구나 아는 맛일 텐데 내 앞에 놓인 광주식당의 동태탕 한 그릇에 숟가락을 넣어 국물을 떠먹으면서 혼잣말로 ‘그래 이 맛이야’를 연발하게 되는 이유는 이집이 동태탕 잘 끓여내는 집이라는 것 외 다른 이유를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대기 질색인 꼰대 할재가 30분 정도는 참고 기다려 먹을 만한 가치 충분하다 인정이다. 더구나 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 물가에 한 사발 8천 원 실한 동태탕이라면 혜자스러운 가격 아닌가?
★ ★ ★ ★ ★
'○ 주당천리 · 혼밥식객'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0원 토스트 (0) | 2025.04.20 |
---|---|
나주소 나주곰탕 (0) | 2025.04.18 |
소문난청국장 (0) | 2025.03.20 |
부산식 돼지국밥이 아닙니다 (0) | 2024.12.20 |
정든 산골 (0) | 2024.12.04 |